회복을 위한 새 비전, '복음'과 '치유', 그리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새 비전, '복음'과 '치유', 그리고 '공동체'

[ 연중기획V ] 'V' (8) Vision(비전)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09월 22일(수) 10:41
가파른 성장세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신뢰도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교인 감소뿐만 아니라 가나안교인 등장, 교회 양극화 현상과 함께 다음세대에게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경제 갈등, 한반도 분단 고착화, 저출산과 고령화, 다문화 등 급변하는 사회적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 됐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로 폭발한 4차 산업혁명은 거대한 역사적 변곡점을 맞이하게 했다. 그런데도 풀어야 할 교회 내 분쟁과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성적 이탈과 재정비리를 비롯한 종교인의 윤리 문제, 일부 목회자들의 극단적인 정치 참여 등으로 한국교회는 지탄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다. 광풍처럼 불어닥친 위기는 한국교회의 커다란 숙제이자 부담으로 귀결됐다.



#위기 속 교회의 비전 '본연의 역할에 충실'

가득 쌓인 과제만큼이나 한국교회는 새로운 비전(Vision)을 갈망했다. "조직이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목표, 가치관, 이념 등을 통칭하는 개념"을 내포한 미래의 내비게이션이 될 비전을 향한 교회 공동체의 지향점은 어디일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총회장:신정호)가 지난 7월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2021년 한국교회 변화 추적조사' 결과는 한국교회의 방향성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한국교회가 관심가져야 할 주제를 묻는 질문에 개신교인 1000명 중 27.7%는 '예배의 본질에 대한 정립'을 손꼽았으며, 17.3%는 '교회의 공적인 사회적 역할', 14.3%는 '온라인 시스템 구축 및 다양한 컨텐츠 개발'을 지목해 위기적 상황 속에서도 교회 본연의 역할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신교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의 교회상으로 응답자의 32.7%는 사회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교회를 지목했고, 21.2%는 개인의 삶의 치유와 회복을 주는 교회, 15.3%는 영적 깊이를 추구하는 교회, 13.9%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교회 순으로 확인돼 교회의 본질과 공적인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대두됐다.

이와 관련 영남신대 권용근 총장은 "위기는 정체성이 위협받을 때 개체가 느끼는 정서로서 정체성을 회복하면 당면한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며,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 안에 만연한 물량주의와 경영 논리에 매몰되어 교회 본연의 모습에서 이탈한 부분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철저히 성서적인 기반 위에 서서 성경이 말하는 '그 교회'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신교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의 방향에서 지도자들의 변화와 교회의 투명성 강화는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손꼽혔다. 이와 관련 응답자의 24.7%는 교회 지도자의 삶이라고 답했고, 22.9%는 사회와의 소통/사회적 공익 추구, 14.7%는 불투명한 재정사용, 14.4%는 교인들의 삶, 12.6%는 교회의 성장제일 주의 등으로 나타나 이는 향후 한국교회 신뢰도 회복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신대 서창원 교수는 지난 8월 열린 포럼에서 교회의 비전에 대해 "교회의 분열과 파벌, 지역주의, 정치 권력의 남용과 부패와 타락이 가져오는 갖가지 참상들을 치유하는 방편은 '나는 거룩한 공회를 믿사오며'라는 공교회성 회복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들의 탐욕과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불순종이 빚어낸 수많은 병폐들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순종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한국교회의 과제 해결이 곧 비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교회의 새 비전 '복음, 치유, 공동체'

복음의 가치, 우리의 비전은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나는 법. 한국교회 안팎에서 다양한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지만, 한국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거룩하게 쓰임 받을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 왔다. 짊어진 무게 만큼이나 성찰의 깊이는 깊었고, 이를 위한 고찰의 출발점은 본질이었다. 이를 위해 신학자와 목회자 등 다수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정책기구개혁위원회(위원장:정해우)도 지난 105회 총회 수임으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연구했다. 그 결과로 '복음'과'치유', 그리고 '공동체'를 주요 키워드로 지목해 한국교회가 '전인적 증언 공동체'로 본래의 사명을 감당할 것을 당부했다.

위원장 정해우 목사는 "한국교회는 개인적이고 내세적인 복음에서 '하나님 나라' 복음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실재를 회복해야 한다"며, 특별히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시작된 세상의 아픔에 응답하는 '치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고,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의 역할을 인식하며, 종교의 순기능적 역할을 부각하여 '공적 존재'로서의 역할 강화는 우리의 비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신학자들은 비전의 핵심 가치인 '복음의 본질의 회귀'는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라고 여겼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가 다시 한번 성령의 능력을 통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고통받는 이웃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경험케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지역 교회는 약자를 보호하는 공적 공동체의 원리를 수행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부여된 책임 또한 감당해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음세대 향한 한국교회의 비전 각별해

이웃의 범위가 사랑의 범위인 법. 한국교회의 사랑 나눔은 연령과 계층, 직분과 신분을 구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세대에 만큼은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 한국교회의 미래가 다음세대임을 인식하면서 교회의 비전은 다음세대로 직결된다. 수많은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미래, 비전을 논할 때 '다음세대'를 빼지 않고, 다음세대가 한국교회의 희망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열린 한국장로교의날 행사에서도 한국교회는 비전선언을 통해 다음세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는 "교회의 미래는 다음세대에 있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소중히 여기고 성경말씀과 신앙고백을 가르치며 교회 안에서 젊은이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을 다짐한다"라고 고백하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교회의 전통과 신앙적 유산을 다음 세대를 위해 기도하며 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장총은 이를 위한 실천 강령으로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교회의 본질을 따라 살 것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삶을 통한 증인의 사명을 다할 것 △이웃 사랑을 실천해 교회에 주신 시대적 사명을 다할 것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정직한 삶을 살 것 △예수님의 겸손과 온유를 실천한 것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장총 대표회장 김종준 목사는 "한국교회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를 붙들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해야 한다"며 "예배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불러 주신 자리에서 신앙과 생활의 일치를 이루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고 전했다.

위기 속 비전은 희망이 된다. 한국교회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 속에 발견한 새로운 비전, '복음의 본질'이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놓고 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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