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에 나타난 예수님의 치유사역

신약성경에 나타난 예수님의 치유사역

[ 특집 ] 제108회 총회주제 해설 3

정덕희 교수
2023년 09월 15일(금) 13:44
신약성서 치유 연구에 있어서 데살로니가전서 5장 23절은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바울의 '영·혼·육'에 대한 삼중적인 언급은 인간을 향한 신약성서의 전인적 이해를 보여주는 중요한 표현이다. 인간 존재를 단순히 가시적인 육신으로만 보지 않고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신약에 등장하는 수많은 치유 이야기는 단순한 육신적 치유가 아닌 인간 전체적인 그리고 온전한 치유에 대한 이야기다.

신약성서를 관통하는 치유의 주인공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예수의 치유에 포커스를 맞추어 논의를 하되, 신약성서 치유 개념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마가복음 2~3장 이야기로 모든 논의를 정리하고자 한다.



예수의 치유 사역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1세기 유대 땅은 수많은 병자들로 가득찬 상황이었다. 육신의 질병을 앓는 사람은 죄의 문제까지 결부되어 육신적, 정신적, 영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당시 유대인들은 질병의 원천이 병에 걸린 신체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 환경 안에 그리고 더 광범위한 영역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치유는 환자의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압박을 경감시키고, 신체적 치료를 가하며 우주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 속에 예수의 치유는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어쩌면 예수 사역의 상당수가 병자 치유였고 그러했기에 예수는 병고침의 대가로 인식되곤 한다. 예수의 치유는 첫째, 예수의 공생애 사역을 규정짓는 하나의 사역 방식이었다. 둘째, 치유에 있어서 믿음을 강조했다. 셋째, 치유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의 힘을 확장시킨다.



치유 사건 정리

예수께서 치유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말씀과 접촉이다. 말씀은 모든 치유 영역에 대부분 다 들어가 있고 또 다른 방법이 접촉이다.

치유를 선포하는 예수의 표현은 매우 다양하다. 말씀으로 치유하는 사례 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들, 특히 가라, 깨끗함, 믿음 등이 우리의 주목을 요한다.



치유의 주요 개념: 구원, 가라, 깨끗함, 믿음

1. 구원

예수께서 고침을 선포하실 때는 직접적으로 '치유'라는 단어 대신 그 외 다양한 표현들을 사용했는데 특히 '구원'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병 치유는 단순한 '병고침'을 넘어서는 '구원'의 의미까지도 내포하고 있다. 예수의 탄생 당시 사가랴의 기도를 보면(눅 1:69, 71, 77), '구원'은 죄사함을 수반하는 개념이다(참고 막 1:4). 예수 치유의 영역은 인간의 전인적 영역을 포괄한다. 그 질병은 단순한 신체적 질병이 아닌, 영적 질병, 더 나아가 공동체로부터 오는 공동체적 관계적 사회적 질병까지 확대된다.

2. 가라

치유를 통한 구원 또는 자유케 됨은 결국 그 질병으로 고통받는 자를 온전히 회복시켜 원래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치유 기사에서 '가라'(마 8:13, 32; 9:6; 막 5:34; 7:29; 눅 17:14; 요 4:50; 9:7)는 반복적 선포는 현실의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기 발로 힘껏 새로운 세상으로, 자신이 건강한 상태로 존재해야 할 가족 및 사회공동체로 돌아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명령어이다.

3. 깨끗함

예수는 병자를 고칠 때 깨끗함에 대해 자주 언급을 했다. 마가복음 1장 40절에서 보면 '정결'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나병환자는 자신을 정결케 해달라고 부탁한다. 누가복음 5장에 나오는 나병환자 역시 단순한 치유가 아니라 깨끗하게 되는 것을 요청했다. 즉 육신의 질병 치유 차원이 아닌 하나님이 정하다고 하신(행 10:15; 11:9) 거룩한 존재가 되길 원했던 것이다.

결국 나병환자가 자신을 깨끗하게 해달라는 것은 자신으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의 질서와 양식에 부합한 존재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때 제사장의 역할은 치유자가 아니라 일종의 건강관리 고문으로 이전에 나병 환자였던 사람이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완치를 확인해주고 중재해주는 역할을 한다.

4. 믿음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환자의 믿음이었다(막 10:52). 예수는 치유를 얻는 자들을 향해 그들의 믿음에 대해 칭찬한다. 예수께서는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 9:22, 29; 막 2:5; 5:34; 10:52; 눅 8:48; 18:42)고 선포한다.

5. 접촉

예수는 말씀을 통해 주로 치유하지만 손을 대어 치유를 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었다. 치유 과정에서 손을 올려놓으시거나 만지기도 했다. 손을 대어 고치는 치유는 매우 인상적이다. 과거 하나님이 손을 뻗어 창조와 해방을 행하셨던 것처럼 손은 신적 권능의 도구임을 입증한다.



치유와 회복 (막 2:1~3:6)

마가복음 2~3장은 예수와 유대인들 사이의 논쟁과 치유 이야기다. 환자 치유의 핵심은 첫째, 믿음에 의한 죄사함이다(2:5). 둘째, 집으로 돌아가라(2:11)는 선포다. 그는 이제 사회적 회복으로 나아간다. 더 이상 죄인으로 간주되지 않고, 사회 속에서 고립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된다.

마가는 이어서 안식일 손마른 자 치유 사건을 이야기 한다. 바리새인은 안식일에 선행과 악행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를 가지고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의 접근 방식은 약간 다르다. 생명으로 접근하고 있다. 창세기 1~2장에 대한 반향이다. 태초의 첫 안식일의 상태로 우리 인간을 되돌려 놓겠다는 주님의 의지를 암시한다. 결국 안식일에 이 환자가 치유를 통해 회복되어야 할 지점은 창세기 1~2장 첫 안식을 맞이하던 인간의 원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창 2:7).

본문은 구약에서 말하는 메시아 시대 종말론적 회복을 연상케 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원래 질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회복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마가복음 8장 25절 맹인 치유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는데, 예수의 손이 그의 두 눈에 얹혀졌을 때, 그 접촉의 순간에, 그 사람이 시력을 회복하여 모든 것을 똑똑히 보게 된다. 보이지 않던 눈이 열리며, 처음 건강했던 그 눈의 상태로,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손 마른 자가 자신의 손을 내밀 때 예수를 통해 치유가 일어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마가복음 2~3장에서의 그 치유의 과정은 용서(중풍병자)와 회복(손마른자) 두 단계로 설명 가능하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치유의 핵심은 병자의 믿음을 보시는 것이었고, 손 마른 자에게, 아니 어쩌면 손 마른 자와도 같은 오그라든 영혼의 소유자에게, 손을 내밀라고 말씀하신다.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내어놓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회복이 일어난다. 그 회복은 종말론적 회복이기도 하고, 동시에 창조 이후 첫 안식일의 모습 그대로, 즉 창세기 1장의 만물의 기원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 회복이기도 하다.



정덕희 교수 / 한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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