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 목양칼럼 ]

오철훈 목사
2023년 08월 22일(화) 08:15
목회자는 세 가지 방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기도를 위한 골방, 둘째는 목회를 위한 심방, 셋째는 공부를 위한 글방이다. 그동안 필자는 나름대로 세 가지 모두를 노력했지만 책을 쓰지는 못했다. 몇 년 전부터 친구 목사님 한 분이 "꼭 책을 쓰세요"하며 권면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쓰지 못했다. 그러던 중 교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으로 설교집을 출간하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

처음엔 설교집을 내려고 했으나 출판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니 최근의 추세는 에세이 형식의 글이 대세를 이룬다고 해서 '화목의 목회'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게 됐다. 먼저, 필자가 자라온 가정환경, 어머니의 새벽기도와 아버지의 온유한 성품, 군대생활에서 믿음을 지킨 것과 신학교에서 세 가지 꿈을 이룬 일, 결혼, 그리고 삼형제가 목회자가 된 것과 작은 아버지 오창학 목사님의 성실한 목회를 배운 것 등을 소개했다. 그리고 여덟 가지 목회철학과 대표적인 설교 몇 편, 극동방송의 방송설교, 한국기독공보에 실었던 가정예배 모범과 인문학 공부를 하며 써두었던 글들을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펴내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하나님이 하셨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은 게으르고 무능한 필자를 깨우쳐서 지난 17년의 흰돌교회 사역을 잘 정리하고 새롭게 도약하라고 이 책을 강권적으로 쓰게 하셨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화목의 목회'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이 또한 나를 화목의 사람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썼기 때문에 필자는 교회에서 더욱 더 화목의 목회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가정에서도 변화는 곧바로 찾아왔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필자도 가정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부부싸움을 할 때가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화목의 목회'를 출간한 후 갑자기 마음 속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화목의 목회'를 썼다면서 가정에서도 화목하지 못하고 싸운다면 이 책은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아내에게 "내가 화가 많이 났는데 '화목의 목회' 책 때문에 참는다"고 말하니 아내도 웃고 나도 웃어 화가 가라앉았다. 책이 나를 변화시키고 가정을 변화시킨 것이다.

또 한 가지 간증이 있다. 오래 전 교회를 떠났던 집사님이 갑자기 전화를 해왔다. "목사님, '화목의 목회'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이분의 말을 들어보니 장로님 한 분에게 그 책을 전달받고 읽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성경 일독을 한 것 외에는 책이란 것은 한 번도 끝까지 읽어 본적 없었는데 이 책은 술술 끝까지 다 읽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인의 요청으로 다른 교회를 출석했지만 코로나와 겹쳐서 약 4년 동안 교회를 나가지 않았고 세상에 빠져서 완전히 영적으로 침체돼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몸이 약한 집사님은 비관적인 생각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려는 마음까지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화목의 목회'를 읽고 그런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는 것이다. 얼마 전엔 흰돌교회에 재등록을 했고 앞으로 신앙생활을 잘하기로 약속까지 하니 목회자로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했는데 부족한 '화목의 목회'라는 책이 소중한 한 영혼을 살렸다면 이 책은 이미 그 사명을 충분히 감당했다고 믿는다.

오철훈 목사 /흰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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