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이야기꾼이다

목회자는 이야기꾼이다

[ 목양칼럼 ]

황호민 목사
2023년 08월 22일(화) 11:29
레오 리오니는 암스테리담 출신으로 그림책 작가로서 칼데곳 아너상을 4번을 수상했다. 그가 쓴 '프레드릭'이란 책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해 주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이렇다.

돌담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들쥐들은 겨울 준비로 모두가 분주히 일했다. 프레드리만 빼고 말이다. 프레드릭은 나무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이곳 저곳 꽃밭을 누볐다. 들쥐들이 화가 나서 일을 안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난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난 색깔을 모으고 있어. 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돌담에도 겨울이 왔다. 들쥐들은 행복했다. 들쥐들은 함께 모여 이야기하며 옥수수와 나무 열매를 먹었고, 돌담엔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런데 어느덧 겨울이 한참일 때 양식이 떨어지고 말았다. 돌담이 어두워졌다. 차츰 이야기가 사라지고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들쥐들은 프레드릭을 찾았다. 프레드릭은 담 위로 올라가 들쥐들에게 말했다.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 줄게" 프레드릭은 이야기했다. 눈부셨던 여름 햇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자 들쥐들의 몸이 따뜻해졌다. 이어서 프레드릭은 숲속을 누비며 봄과 가을에 보았던 식물들에 대해 말해 주었다. 들쥐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색깔들이 또렷이 그려졌다. 그리고 밤마다 그 동안 모은 이야기들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들쥐들은 지루한 겨울을 따뜻하고 밝게 보낼 수 있었다.

저자는 예술의 것들의 소중함을 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썼지만, 필자는 '목회자란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해야할까'를 생각하게 됐다. 목회자는 이야기꾼이다. 수많은 이야기를 성도들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어두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밝음을 선사해야 한다.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려 주어야 한다.

그래서 목회자는 어떤 상황이든지 햇살, 색깔, 이야기를 모아야 한다. 필자는 날마다 햇살을 모으고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을 오르며, 에머랄드 색깔의 바닷가를 걸으며, 취미생활을 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사람들을 만나 예쁜 찻집에서 차를 마실 때도.

목회자는 누구를 만나든지 이야기를 모아야 한다. 필자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어느덧 모두 천국에 가시고 지금은 장모님만을 모시고 있다. 나이가 들어 죽음을 향해가다 생을 마감하는 부모님을 지켜보면서 인생의 이야기가 소중함을 알게 됐다. 제주에서 함께 살아가는 목회자들과 매주 모여 삶을 나누고 교회를 위해 기도한다. 모두 각자의 찬란한 인생의 이야기들이 있다. 한 분 한 분의 드라마같은 삶을 들으며 밤하늘의 별같이 빛나는 이야기들을 마음에 모으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강단에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성도들, 낙심하고 좌절한 성도들에게 햇살의 따뜻함, 색깔의 아름다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이야기, 모든 사람에게 생명과 희망을 주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한다. 믿음의 이야기는 언제나 빛나고 아름다우며 감동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성도들이 힘을 얻고 다시 웃음꽃이 피어나며 새로운 꿈을 꾸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 이것이 목회자인 필자의 행복이다.

황호민 목사 / 구좌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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