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信)의 한 수, 기독 학부모!

신(信)의 한 수, 기독 학부모!

[ 주간논단 ]

신기원 교장
2023년 08월 21일(월) 10:00
1846년 일본 바둑계를 뒤 흔들었던 이노우 인세끼와 슈사쿠의 일화는 유명하다. 당대 고수였던 이노우 인세끼(8단)와 신참내기 무명 슈사쿠(4단)가 바둑을 두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세끼가 두 점을 접어주고 두다가 슈사쿠의 실력을 인정하고 다시 대국을 두게 되는데 60여 수 만에 수세에 몰린 슈사쿠가 불현 듯 바둑판 정 중앙에 한 수를 놓았다. 이 평범한 듯한 한 수를 이노우 인세끼는 한참을 내려다 보다가 마침내 귀가 빨개져 버렸다. 이때 등장한 말이 '이적(耳赤)의 수(手)'이다. 상대의 귀가 붉어질 만큼 충격과 부끄러움을 주는 결정적인 묘수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神)의 한 수'로 통한다.

기독교인들의 자녀교육 문제에 대해 '이적(耳赤)의 수(手)'가 아니라 온 몸이 얼얼해지고 빨개질 만큼 날카로운 '신적(身赤)의 수(手)'가 되는 문장을 만났다. "교회 다니는 부모는 '진정한 그리스도인 부모'가 되기 위해서 두 번의 거듭남이 필요하다. 첫 번째 거듭남은 부모 자신이 예수를 믿고 교회를 다니는 것이고, 두 번째 거듭남은 자녀교육에 있어서 예수를 믿는 것이다." '한국 기독 학부모의 정체성과 역할'이라는 책에서 박상진 교수가 한 말이다. 자녀교육과 거듭남을 연결시킨 탁월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말이 얼마나 뼈아픈 일갈(一喝)인지 한국 기독 학부모들에게 비수처럼 꽂혔다. 기독 학부모는 그 정체성이 너무나 분명하다. 무늬만 기독 학부모여서는 안 된다. 뼛속까지 기독 학부모이어야 한다. 교회 마당만 밟는 기독 학부모여서는 안 된다. 지성소 안으로 들어가 하나님의 임재를 매일 매일 경험해야 하는 만인 제사장이 되어야 한다. 결코 신앙과 삶이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신앙이 삶을 주도하고, 삶이 신앙 안에 녹아 흘러 넘쳐야 한다.

다시 한 번 기독 학부모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보자. 기독 학부모란 그리스도(기독)가 나의 구원자라는 분명한 신앙고백을 가진 자로, 성경적 원리로 자녀를 양육하되 학업뿐 아니라 자녀의 삶의 전 영역에 하나님의 다스림이 이루어지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 자녀뿐 아니라 공동체의 자녀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어 가는 부모를 말한다.

하지만 기독 학부모의 정체성과 역할을 아무리 설파하고 부르짖어도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는 이유가 있다. 기독 학부모의 본(本)을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독 학부모의 정체성과 역할을 말하는 이판(理判)은 차고 넘치는데, 기독 학부모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 역할을 실천하는 사판(事判)이 보이질 않는다. 기독 학부모도 결국 이판사판(理判事判)이 되고 만 것일까? 아니다.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얼음냉수(잠언 25장 13절)같은 기독 학부모가 없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수능 기도회 이렇게 바꾸자'라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캠페인 자료집에 들어간 한 어머니의 편지를 읽게 되었다. '수능 전 날 아들에게'라는 편지의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푹 자거라. 내일은 하루 종일 시험 보느라 피곤할거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들아! 시험 볼 때, 네가 아는 것은 맞고, 모르는 것은 틀리도록 해라. 헷갈리는 것을 어거지로 맞으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비워 두어서 그것도 틀리도록 해라. 사람들이 수능 대박나라는 둥, 콕 찍어도 정답이라는 둥, 다들 헛소리들을 한다마는, 너도 알지? 엄마는 수능 대박을 바라지 않는다. 수능 대박이라는 건 없는 법이란다. 엄마는 너나, 다른 수험생들 모두가 뿌린 만큼 거두고, 땀 흘려 수고한 만큼 수확을 거두는 법이란 것을 경험하기 바란다. 아는 것만 맞고, 실력대로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너도 그렇게 되었다고 믿기를 바란단다."



'수능대박' '콕 찍어도 정답'이 교회 안에서 통용될 뿐 아니라 기도문으로 낭독되는 웃픈(웃기고 슬픈)시대에 '아는 것은 맞고 모르는 것은 틀리도록 해라'라고 말 할 수 있는 어머니가 있었다. 게다가 '헷갈리는 문제는 그냥 비워두어서 그것도 틀리도록 해라' 이 정도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그녀는 '수능대박'을 '헛소리'로 시원하게 규정해버렸다. 뿌리고 거두는 땀의 정직함이 어떤 것인지 또한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차분하게 말하면서 믿음도 놓치지 않았다.

이것이 기독 학부모의 제대로 된 본(本)이다. 이것이 1846년 일본 바둑판을 흔든 '이적(耳赤)의 수(手)'를 넘어서는 '신(神)의 한 수'이고 진짜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믿음의 한 수, 곧 '신(信)의 한 수'이다.



신기원 교장/밀알두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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