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몰라요. MZ 몰라요

야구 몰라요. MZ 몰라요

[ 미션이상무! ]

김진협 목사
2023년 08월 23일(수) 12:45
병사들과 함께 한 공연사진 모습.
"야구 몰라요. 아, 진짜 모릅니다." 야구해설가 하일성 씨의 말이다. 그렇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것이 야구 아니겠는가? 아니 야구만 그런가? 우리의 인생도 알 수 없기에 해답이신 하나님께 건 것 아니겠는가? 고대 수메르 벽화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요즘 것들은 대체 이해가 안 돼." 수 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세대차이', 오늘은 MZ라 불리는 그 알 수 없는 세대를 아는 방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해답 되신 하나님의 지혜와 함께.

MZ세대, '정의와 평등'을 슬로건으로 건 세대이다. 그렇기에 할 말은 하는 세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개인주의가 심한 세대, 특히 수직적이며 위계적인 군대의 일원이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인 세대, 아무리 수 천 년 동안 세대차이가 존재했어도 공동체성을 중시하던 대한민국에서 관념자체가 바뀐 MZ세대를 알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다. "잘 모를 때는 그냥 계속 듣는 거야. 듣다 보면 들려!" 영어공부에서 좌절을 느꼈던 필자에게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비록 영어 실력이 출중해졌냐 묻는다면 그렇진 않지만 정말 좋은 말이지 않나? "모르면 듣는다." 그래서 필자에겐 무엇이든 모르면 들어보는 습관은 생겼다. 그리고 MZ세대를 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과연 어떤 말들이 들려왔을까?

먼저 듣기 위해서 MZ세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물론 군대는 장병 대부분이 MZ세대이다. 대상을 찾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경계를 늦추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했다. 소위 밈(meme)이라 불리는 유행을 공부하고, 가장 좋아하는 치느님(치킨+하나님)을 들고 생활관을 찾아갔다. 그러자 그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목사님, 노래를 부르고 싶은데 부대에는 노래 부를 공간이 없어요. 교회에서 노래해도 될까요?" 필자와 친해진 신앙이 없는 장병의 이야기였다. 허락해 주었다. "그래! 교회 와서 노래해도 되지!" 성전을 사탄의 음악에 팔고자 함이 아니었다. 들리는 소리에 반응한 것이었다. 성전에서 찬양이 아닌 가요가 흘러나왔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러지 말고 부대에서 공연해 볼래?" 장병들을 모아놓고 찬양 한 곡 없이, 가요로만 공연했다. 듣는 이들의 모습에서 웃음이 흘렀다. 하지만 반절의 승리였다. 아직 복음전파를 못하지 않았는가?

도통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 코로나까지 터졌다.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됐다.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 듯했고, 목회자로서의 자괴감도 매우 컸다. 그때 오히려 MZ들이 찾아왔다. "목사님, 우리 온라인 예배 때도 찬양 드려요. 우리가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면 되잖아요." 함께 공연했던 장병들이었다. 아직 복음을 다 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전을 무대처럼 사용하던 그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무대를 성전으로 바꾸겠다고 먼저 말한 것이다. 그렇게 비대면 예배 가운데도 찬양이 멈추지 않았다. 그때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들어주기만 했는데도 변화하는구나. 같이 있어 주기만 해도, 많이 가르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이전 시기를 흔히 '침묵의 400년'이라고 말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여전히 말씀하시고, 애타게 외치셨는데 우리가 듣지 않은 것은 아닐까? 알기 위해선 들어야 하는데,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떠들기만 한 것은 아닐까?

여전히 우리는 모른다. 야구도, MZ도, 하나님도. 무엇 하나 온전히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우리는 들을 필요가 있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나아가 듣다 보면, 들려오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세대차이라는 벽을 허무는 정답이 보일 것이다.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400년을 외치신 하나님처럼 우리에게도 '복음'을 전할 기회는 온다. 믿음으로 들어보자. 좀 가볍게 글을 마무리해볼까 한다. 오늘은 가장 가까운 MZ세대에게 전화 걸어 이렇게 묻고, 그저 들어보는 건 어떨까? "뭐 필요한 건 없니?" 혹시 알겠는가, 이 작은 행동이 벽을 허무는 '소통의 씨앗'이 될지.

김진협 목사 / 독수리교회·육군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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