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깔, 와하하 대학이 아닌 '피식 대학'이 성공한 이유

깔깔깔, 와하하 대학이 아닌 '피식 대학'이 성공한 이유

[ 미션이상무! ]

김진협 목사
2023년 08월 16일(수) 14:37
병사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김진협 목사.
2020년 6월 26일 코로나의 전운이 감돌던 때, 국내 최장수이자 공중파에 마지막 남은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가 1050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명실상부 역사를 써 내려갔지만, 종영에 가까워질 때쯤엔 반복되는 억지웃음 유발이나, 정치성 개그로 인해 시청자들의 비판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개그콘서트의 폐지를 안타까워했다. 누군가는 "코미디는 죽었다"며 슬퍼하기도 했다. 설 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 역시 직면한 문제 앞에서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를 통해 코미디는 더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무수한 코미디 채널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피식대학'이라는 채널이다. '한사랑 산악회', 'B대면 데이트' '05학번 is back' 등의 영상이 코미디를 원하는 시청자들을 다시 웃게 만들었다.

'피식대학'을 기획한 것은 신인 코미디언이들이었다. 그들은 쌍방향적인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하여, 공중파 프로그램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소통의 부재'를 덜어냈다. 너무나 일상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그들의 콘텐츠는 보는 이들의 공감을 샀고, 그들을 '피식'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보란 듯이 성공을 거두었다. 시청률 등의 압박, 수직적인 방송 문화 등에 못 이겨 언제나 '와하하'나 '깔깔깔'의 큰 웃음을 만들어 내야만 했던 이들에게 자유가 주어지자 무한한 '피식거림'이 창조되었다. 피식대학의 등장은 마치 '성에 갇혔던 코미디가 거리로 나오자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

이는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사건' 같다. 더이상 복음이 들려오지 않아, 갈피를 잡지 못하던 이스라엘에 예수 그리스도가 나타나셨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자리'로 가셨다. 가난한 이, 병든 이, 소외된 이를 비롯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있는 삶의 현장으로 가셨다. 그리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언어로 복음을 들려주셨다. 회당이나 율법 따위에 갇힌 복음이 아니라 '거리에 나타난 복음'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의 인생이 바뀔 수 있었다. 마치 '피식거림'으로 도배되듯이 '예수 그리스도'로 세상이 도배 되었다.

'피식대학'의 콘텐츠는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일상적이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 군사역을 감당하는 필자 또한 이를 보며 결심했다. '일상의 언어로 예수를 전하자. 여전히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한 저들에게 그들이 알만한 행동으로 전하자. 그들의 삶의 자리로 다가가자!'

먼저 교회 앞에 조그마한 포토존을 만들었다. 만나는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떤 부대원이 이야기했다. "군인밖에 없는 우리 동네에 핫플레이스가 생겼네요!" 1년 가까이 예배 이후 직접 식사를 차렸다. 3개월이 지났을 무렵 그리 친하지 않은 어떤 장병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목사님, 이번 주 식단이 뭔가요?" 퇴근 후엔 유행하는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부대를 돌아다녔다. 초임간부들이 물었다. "옷 좀 같이 사러 가주시면 안 되나요?"

옷, 음식, 포토존은 모두 너무나 소소한 행동이며, 복음 전파에 있어선 비본질적이다. 그러나 복음이 필요한 이들에겐 그것이 '일상의 언어'이다. 복음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것들을 들고 그들의 일상에 다가간 것이다. 교회 건물이라는, 예배 형식이라는 거창하고도 제한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일상의 언어로 예수를 소개했을 때 들려온 한 청년의 고백이 일품이었다. "목사님, 성찬 빵이 너무 맛있어 보이는데, 저도 세례받을 수 있나요?"

우리의 교회가 그런 공간이 되기를 꿈꾼다. 본문말씀이 아닌 식단표를 궁금해하는, 교회 앞마당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성찬 빵을 먹고 싶어 세례를 받기 원하는 이들의 '피식거림'의 공간, 특히 절대다수의 청년들이 존재하는 군대 안에서 교회가 청년들을 이해하는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세상을 복음으로 물들이는 것의 시작은, 아주 소소한 일상의 행동으로 복음을 보여주며, 믿지 않는 이들을 '피식'하고 돌아보게끔 하는 우리의 다가감에서 시작됨을 기억하자. 그것이 '깔깔깔'도 '와하하'도 아닌 '피식대학'이 성공한 이유임을 잊지 말자.

김진협 목사 / 독수리교회·육군 대위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