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목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목양칼럼 ]

황호민 목사
2023년 07월 26일(수) 09:58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를 보고 필자의 목회 여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주인공 리즈는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가'하는 의문을 갖고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무작정 1년의 긴 여행을 떠난다. 처음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모든 음식을 신나게 먹는다. 눈치 보지 않고, 가리지 않고, 즐겁게 먹는다. 먹는 것이 행복했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의 각종 열매를 아담과 하와에게 풍성히 먹게 하셨다. 광야에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게 하셨다. 로뎀나무 아래 탈진해 있는 엘리야에겐 숯불에 구운 떡과 물 한 병을 주워 먹고 마시게 하셨다. 예수님도 늘 제자들과 함께 먹기를 즐기셨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의 중심엔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는 구절이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밤새 고기를 잡다 돌아온 제자들에게 조반을 차려 주시며 먼저 먹게 하셨다. 그리고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는 사명을 주셨다. 예수님은 생명의 떡이시다. 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한다. 가족인 것이다. 필자도 이런 가족 목회를 소망한다.

리즈가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인도 아쉬람이다. 그곳은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녀도 그곳에서 뜨겁게 기도한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 욕망을 비우니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그런데 다음날 자신의 뜨거운 기도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느껴진다. 사람들의 기도 소리도 거대한 아우성처럼 들린다.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다시 길을 떠난다. 모든 사람은 기도한다. 기도의 대상과 방법이 다를 뿐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기도의 대상이 잘못됐기에 행복에 이르지 못한다. 목회는 기도로 하는 것인데, 그 기도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기도는 친근한 하나님 아버지와의 대화다. 주님과의 만남이다. 마음을 비우고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는 성령님과 동행이다. 그래서 기도는 즐거운 시간이다. 기도가 늘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새벽을 깨운다. 때론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바빠도 잠시나마 기도하고 피곤해도 누워서라도 기도한다. 목회를 기도로 했으면 좋겠다.

리즈는 다시 여행을 떠나 아름다운 섬 발리에 도착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인격적인 친구를 만나 사랑하며 참 행복을 발견한다. 밝게 웃는 리즈의 얼굴에서 참 행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리즈의 긴 여행은 사랑으로 끝난다. 필자의 목회 역시 사랑의 목회가 되면 좋겠다. 사랑은 인격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는 친구가 돼야 한다. 필자도 성도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늘 만나고 싶고 항상 보고 싶다.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같이 운다. 성도들을 정말 사랑하고 싶고, 그래서 사랑으로 목회하고 싶다.

그런데 필자의 목회 여정을 돌아보며 생각해보니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 이곳에서 행복한 목회자입니다."

황호민 목사 / 구좌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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