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에서 본 미래

산골짜기에서 본 미래

[ 주간논단 ]

김창근 목사
2023년 07월 28일(금) 10:00
은퇴 후 도시를 떠나 한라산 남단 산골짜기에서 2년을 지냈다. 깊은 산 속에서의 시간은 지난 목회를 뒤돌아보고 반추하며, 동시에 위기에 처한 교회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였다. 오늘 한국교회는 부흥을 멈추고 퇴보하고 있다. 언론 미디어는 교회 이미지를 왜곡하고 비하하여 부정적이며 비난 받는 교회가 되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조롱을 이기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거나,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떳떳하게 고백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오늘의 세상은 하나님을 등진 욕망과 탐욕이 주도하는 어둠의 시대이다. 반성경적이며 반기독교적인 세상의 지배적인 흐름과 주류 문화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이때 성경의 예언자들이 빈들과 광야로 나가 하나님의 이상과 말씀을 기다렸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도 요한은 기독교가 극심한 박해를 받던 시기에 외로운 밧모섬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하늘이 열리며 하나님의 환상을 보며 주의 말씀을 듣고 계시록을 썼다. 그가 로마제국보다 더 큰 하나님 나라의 환상을 보고 희망을 선포하자, 초대교회는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세상은 볼 수 없는, 하나님의 백성만이 볼 수 있는 영광스러운 미래를 본다면 청년들과 교회는 달라질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거대한 세상의 현실을 보며 두려워하며 사는 존재가 아니다. 주님의 환상과 미래를 보며 창공을 나는 독수리같이 하늘 높이 비상해야 한다. 예수전도단 열방대학의 데이빗 보이드 전 총장은 "오늘의 젊은이들은 교회에 반대하거나 반기독교적이 아니다. 다만 하나님과의 진정한(authentic) 만남을 원하며 교회 안에서의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의 교회를 원한다"고 하였다. 오랜 교회의 문화에 젖은 교인들을 일깨우며 세상을 향하여 나가는 교회가 되려면 의식을 혁신하며 변화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변화와 성장이 지속적인 관심이 되지 않으면 교회는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집단으로 화할 수 있다. 예수님의 첫 메시지는 회개하라는 것이었다. 즉 변화에 대한 강력한 명령이었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저항은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사람들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에릭 프롬은 소유가 삶의 목표가 되면 소유하면 할수록 그만큼 나의 존재가 커지기 때문에 점점 더 탐욕스러워진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전적으로 소유지향과 이윤추구로 처방된 사회이다. 소유를 목표로 한 실존을 당연한 것으로, 아니 유일한 생존방식으로 여기고 있다. 청년들의 문제의 핵심은 취업, 결혼, 돈이 아니다. 청년들이 비틀거리고 쓰러지는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과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아람 왕이 도단 성을 포위하고 엘리사를 제거하려 할 때 사환은 두려워하며 탄식했다. 그러나 엘리사는 기도하여 청년의 영안을 열어 하늘을 보게 했다. 연약하고 무력한 자신과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을 볼 때만 당당할 수 있다. 오늘의 교회는 고독하고 황량한 밧모섬의 하늘이 열리는 체험과 환상을 회복해야 한다. 오늘날 세상은 권력의 숭배와 욕망의 과잉 충족을 장려한다. 하나님은 세속도시 생활의 쾌락과 풍요의 혜택으로부터 분리와 떠남을 감행하라고 명하신다. 세상이 주는 호의와 특권을 분별하여 거절하는 용기가 있을 때 교회는 새로운 개혁을 시작할 수 있다.

교계의 한 원로 목사님의 조언이 마음에 남는다. "개혁하겠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개혁하지 못하면 나라건 교회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청교도들은 자신을 개혁했기 때문에 청교도 문화를 만들어 내었다. 또한 위그노들은 자신을 철저히 신앙으로 개혁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핍박을 받았음에도 오늘도 유럽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늘의 교회와 청년들은 하루에 잠시라도 하나님의 임재로 들어가 주님의 영광을 보고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또한 성도들이 하나님을 따르며 이웃을 섬기며, 세상 속에 살되 위축되거나 세상에 속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려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꼭 산골짜기가 아니라도 일상에서 고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주님의 임재로 깊이 들어가 하나님의 환상과 미래를 볼 때 교회와 청년들이 새로워지는 역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창근 목사/무학교회 원로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