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에서 주님 주신 사명 발견

나의 상처에서 주님 주신 사명 발견

[ Y칼럼 ]

김하은 청년
2023년 07월 19일(수) 06:31
어릴 땐 예체능을 조금 잘하고 공부도 나쁘지 않게 하는 학생이었다. 무슨 바람이었는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예체능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모했지만 부모님은 지원해주셨다. 부모님은 아쉬운 성적에 피아노를 보태면 내가 사범대를 진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셨다. 그러나 막상 시작한 클래식 피아노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매우 늦게 시작한 학생이었다. 무대 경험 없이 준비한 입시는 모험이었고 사범대에 가지 못했다. 결국 교직이수를 전제로 음대에 들어갔다.

음대에서 교직이수도 하고 몇 번의 연주도 했다. 자신감을 얻으며 대학생활을 마쳤지만, 시험에는 모두 떨어졌다.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학원일과 조교일을 하며 벌었던 돈도 쓰고 싶은 대로 쓰며 방황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당시 패기만만했던 나의 모습은 사라졌다. '진짜 이게 내 길이 맞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달려왔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모든 것들이 흔들렸다. 입시 준비할 때도 없었던 꿈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과연 하나님이 내게 주신 달란트에 맞는 사명일까?' 노량진에서 일년 동안 물음표를 한가득 품고 공부했다. '하나님 저에게만 부탁하신 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때마다 하나님께 묻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이 하나님과 가장 가까웠던 절박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날 마음 속에서 진심이 우러나왔다. "하나님, 저는 아이들이 참 예뻐요. 어릴 때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생길 때면 피아노를 치며 하나님께 기도했던 것이 생각나요. 아이들에게 저마다의 아픔이 있다면 기도해주고, 학교에서 음악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어요." 대학교에 입학해 시작한 학원 일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했고 그들을 위해 마음 아파하며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창시절 가정불화는 하나님께만 고백할 수 있는 비밀이었다. 하나님과 대화하는 법도 잘 몰라서 피아노 치며 찬양 부르는 것이 전부였던 어린시절의 내 모습이 청소년을 향한 긍휼의 마음으로 확장된 것 같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하나님과 씨름하며 몇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비로소 내 사명을 발견하게 되었다.

현재는 때때로 어려움도 있지만, 지금까지 맡겨주신 사명을 따라 기쁘게 일하고 있다.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라고 불리기엔 부족하지만,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은 나의 상처이자, 긍휼의 마음을 부어주신 곳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주님이 보여주신 비전을 따라 각자의 자리에서 감동을 주시는 대로 복음을 전하고 생명을 잉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기도한다.



김하은 청년 / 전주복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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