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선택의 문제 아닌 필수

AI는 선택의 문제 아닌 필수

[ 주간논단 ]

박민서 교수
2023년 07월 11일(화) 10:00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생각하는 새로운 존재이자, 우리가 미래에 똑똑하고 게으르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 아닐까 싶다.

사실 AI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용어·기술이 아니다. AI의 탄생은 마빈 민스키가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만들면서 최초로 언급되었다. 기계에 어떻게 인간의 생각을 주입할지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논의한 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만들고 연구를 지속하였다. 그러나 큰 포부를 안고 만든 인공지능은 2010년대에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미국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던 시절(2004~2009)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의 모태인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으로 논문을 쓰거나 연구를 한다고 하면 어드바이저(지도교수)는 연산을 위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리거나, 수식 계산이 너무 복잡해서 구하기 힘들다고 다른 방법을 유도하거나 심지어 논문을 쓰면 거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AI에 진심이었던 기업이 있었다. 바로 IBM이다. 어릴 적 TV에 나오던 뉴스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1997년 당시 체스 챔피언인 러시아의 개리파크파로프(Garry Kimovich Kasparov)가 IBM이 만든 AI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와 경기를 하고 그 결과는 개리파크파로크가 패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슈퍼컴퓨팅의 능력은 TV 전파를 타고 세상에 알려졌다. 놀라운 결과였다. 하지만 체스에 특화한 '연산'에 초점을 맞춘 AI의 파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체스 경기에서 이겼다고 해서 이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중반 끊어진 줄 알았던 IBM의 AI 사랑은 물밑에서 계속됐다. 2004년 미국의 인기 퀴즈 쇼 '제퍼디!(Jeopardy!)'를 본 IBM 직원은 연승 가도를 달리던 당시 챔피언을 AI가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미 딥블루로 승리의 맛을 본 IBM은 'DeepQA'라고 이름 붙인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자연어로 제시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여기서 나온 게 회사 창립자인 토머스 J. 왓슨(Thomas J. Watson)의 이름에서 따온 AI모델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2011년 제퍼디!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IBM의 인공지능 기술을 다시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IBM은 주춤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고 그 사이 2016년 딥마인드 알파고의 출현으로 AI의 붐이자, 핵심 기술인 딥러닝의 붐이 일어났다. AI의 봄이 오기 시작한다. 딥러닝의 발달은 디지털 시대의 기술 발전과 함께한다. 어떻게 알파고가 프로바둑기사를 이길 수 있었을까? 바둑의 교과서인 기보를 모두 디지털화해서 학습(외웠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데이터가 디지털화 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많아 졌고, 카메라를 쓰던 시대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쓰게 되고, 더 나아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이미지 데이터 양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미지 학습을 통해 사람을 인식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미지뿐만 아니라, 소리나 문자들도 이해할 수 있었다. 10년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기업들은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융합 및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재고관리, 직원관리, 고객관리를 넘어서, '도미노 피자' 기업에서 피자만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배달 로봇 등의 기술을 고민하고, 디즈니랜드에서 고객의 팔찌를 입장권의 용도가 아니라 맞춤형 안내를 위한 용도로 쓸 수 있는 기술을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것이 AI의 개발과 함께 우리의 생활에 깊숙히 침투된, 변화된 우리의 현재 모습이다.

AI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함께 가는 존재가 되었다. 크리스천도 이제는 AI를 사용할지, 말지 선택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활용할지 고민해야 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다 알겠지만 한 때 교회는 세상을 리드했다. 지금은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여전히 크리스천 리더들이 세상을 리드한다고 생각한다. AI의 시대가 세상을 리드하는 크리스천 리더들에게 기회가 아닐까 싶다. 크리스천 리더들은 진리 안에서 메시지를 전하면서 다음세대의 언어인 디지털 언어를 배워야 한다. 이 시대 '땅끝'은 미래의 세대, 다음 세대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크리스천 리더들은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컴퓨터를 들고 다음 세대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과 교재해야 될 것이다.



박민서 교수/서울여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KAIST 기술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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