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섬김이 교회를 세운다

보이지 않는 섬김이 교회를 세운다

[ 목양칼럼 ]

나기석 목사
2023년 07월 05일(수) 11:29
우리 교회에선 매주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진다. 주일예배 후 함께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경기는 식사가 끝나면 펼쳐진다. 그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다. 오늘은 내가 들어가야 한다. 안된다. 나도 못 비켜준다. 아니다, 오늘은 내가 하게 해달라! 얼핏 이게 무슨 경기야 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서로 자기가 설거지하겠다고 하는 집사님들의 모습이다. 우리 교회는 주방 봉사자를 따로 정해놓지 않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집사님들이 자율적으로 순서를 정해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식사 후에 설거지에 대한 순서는 정해놓지 않았기에 먼저 하고 싶은 사람이 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성도들이 있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드러나고 알려지고 인기를 얻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이 연예인이다. 이런 것이 교회 내에서도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찬양팀을 모집하면 뒤에서 헌신하는 스태프보다는 인도자를 원하는 경우가 더 보편적이다. 강단 위에서 멋지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리라. 하지만 뒤에서 음향이나 조명, 그리고 방송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섬김이 없다면 그들이 설 무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헌신이나 수고가 있기에 멋진 예배나 찬양을 드릴 수 있다. 스태프들은 이미 그런 섬김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교회도 그런 손길들에 의해서 정체성이 나타나고 공동체성이 이뤄져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모두가 앞에만 서기를 바라고, 섬김을 받기만을 바란다면 그런 교회는 더 이상 공동체라고 말할 수 없고, 부름 받은 자들의 모임이라는 정체성조차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하나 되게 하신 것을 지키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교회는 누가 중심에 있느냐 누가 무엇을 하느냐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까'하는 섬김의 마음으로 세워진다.

섬김에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 필요하다. 라틴어에 '도 우트 데스(Do ut des)'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법률용어로 '네가 주어서 나도 준다'라는 의미다. 영어로 바꿔 표현하자면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 모든 것이 그렇다. 내가 이렇게 하면 저것이 주어질 거라는 보상심리로 모든 일을 하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서도 내가 봉사하면 이 정도의 직분은 주어지겠지 같은 심리가 작용한다. 아니다. 섬김은 사랑이다. 하나님이 은혜를 주시는 것은 '도 우트 데스'가 아니라 선물로 주셨다. 그렇다면 섬김도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의 선물이어야 한다. 그럴 때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엔 교회 생활을 중단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회에 출석해 주었는데 왜 이 정도도 해주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 우트 데스'의 마음이 있기에 자꾸만 교회 내에서도 대가를 바란다면 그건 틀린 것이다. 교회는 그저 섬김과 감사로 가득해야 한다. 은혜는 내가 한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닌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보이지 않는 섬김이 교회를 온전한 그리스도의 몸으로 세워갈 것이다.

나기석 목사 / 사랑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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