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신! 거기 있으면 어디 응답 좀 해봐라!"

"야, 신! 거기 있으면 어디 응답 좀 해봐라!"

[ 미션이상무! ]

이요한 목사
2023년 06월 21일(수) 13:32
지난 2016년 육군훈련소 신우부 예배에서 유원석 병사가 세례를 받고 있다.
육군훈련소 군종목사로 재직하던 시절 훈련병으로 만났던 유원석 형제의 이야기이다. 그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고 함께 나누고자 한다. 원석이는 무교였다. 원석이는 당시 교제 중이던, 지금은 헤어진 초신자 여자친구를 따라서 몇 번 교회를 나가본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국가의 부름을 받아 육군훈련소로 입대했다.

훈련소를 가보니 동기들이 종교행사를 간다더라. 사실 그 동기들은 종교가 없는데도, 간식과 위문팀 때문에 종교행사를 신청했었다. 원석이는 그런 모습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 이른바 '초코파이교'라고 불리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간식에 자기 영혼을 파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목표의식이 분명했던 원석이는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두 가지 소망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육군훈련소 '조교'가 되는 것! 조교로 복무하면 리더십도 기르고 의미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신병위로휴가 때 유학생인 여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여자친구가 '기도'라는 것을 하던 게 생각이 났다. 이왕 기도를 하려면 교회에 가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기도'라는 것을 하러 교회에 갔다. 그런데 생전 안 해본 기도가 나올 리가 있겠는가! 기도라고 해야 할지 협박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원석이는 당차게 '신'께 아뢰었다. "야, 신! 문제가 좀 있는데, 진짜 있으면 한번 해결해 봐. 그럼 내가 믿어줄게!"

무슨 큰 믿음을 갖고 했던 기도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원석이는 육군훈련소 조교 후보로 선발되어서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그러나 곧 난관에 봉착했다. 훈련소 조교는 신병휴가 날짜가 정해져 있었고, 그 기간은 유학생 여친의 방학일정과 전혀 맞지 않았다. 원석이는 또 교회로 향했다. "야, 신! 이게 되겠냐? 니가 진짜 있으면 이것도 되겠네? 어디 한번 해봐!"

무례한 이 기도에 '신'이 분노하신 것일까? 자대배치가 발표된 날, 훈련소 조교 명단에 원석이의 이름은 없었다. 원석이는 '역시…신은 없어' 낙담하며 자대로 향했다. 그런데 자대에서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알게 된 원석이는 깜짝 놀랐다. 원석이의 자대는 '육군훈련소 교육지원대'였고, 원석이가 맡게 된 보직은 육군훈련소 조교들을 교육하는 조교였다. 조교 중의 조교! 게다가 교육지원대의 조교는 훈련소와 부대운영 일정이 다르다 보니 신병위로휴가 날짜를 여자친구와의 방학일정으로 맞출 수 있었다! "어라? 신이 정말 있나...? 거기... 계십니까? 그럼 한 번 믿어 봐야겠지?"

그렇게 원석이는 주일에 육군훈련소 신우부예배를 출석하기 시작했고,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제자훈련에도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원석이는 교회 공동체에 녹아들기 시작했고, 기간병으로서 세례를 받고 함께 제자훈련을 하며 신앙을 키워나갔다.

지금 원석이는 미국 한인교회의 리더이다. 찬양을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던 원석이가 찬양인도자를 거쳐, 찬양팀과 청년 리더들을 길러내는 청년부 엘더가 되었다.

요즘 청년선교, 군선교가 많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 역사 이래 하나님의 선교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일하고 계신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군 어딘가에서 제 2, 제 3의 원석이와 동행하고 계시리라 확신한다!

이요한 목사 / 3사관학교·육군 소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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