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수 있을 때 바꾸자

바꿀 수 있을 때 바꾸자

[ 목양칼럼 ]

김현준 목사
2021년 09월 15일(수) 08:15
8년 전 청파동교회에 부임했을 때 원로목사님께서 시간이 지나면 바꾸기가 쉽지 않으니 자신이 도와줄 수 있을 때 바꿔야 할 것들을 서둘러서 바꾸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부임 초기에 원로목사님을 방패 삼아 내 목회 방향에 맞도록 예배 순서, 주보, 교회 조직, 사역 등 바꿀 수 있는 것을 모두 바꿨다.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바꾼 것은 구역모임이다. 소그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활력을 잃어버린 구역모임을 어떻게든 활성화하고 싶었다. 관리 중심이고 지역 중심이던 구역을 나눔 중심이고 개방적인 구역으로 바꿨다.

6개월마다 구역 식구를 바꿔서 교제가 없던 성도들이 서로 교제하게 했고, 구역장도 6개월마다 바꿔서 많은 성도가 리더십을 경험하게 했다. 그리고 여러 요인으로 주중 구역모임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과감히 주일 오후 찬양 예배를 구역모임으로 변경해서 많은 성도가 구역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물론 아무 문제 없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20년 넘게 섬기고 있는 베테랑 구역장들의 돌봄을 받으며 가족처럼 지내던 구역이 개편되는 것을 불편해하는 성도들이 있었고, 주일 오후 찬양 예배의 중단을 반대하는 성도들도 있었다. 각종 헌신예배의 중단으로 인한 기관과 부서의 불만도 있었다.

만일 내가 뒤늦게 구역모임 개편을 시도했으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원로목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성도들이 신임 담임목사가 하는 사역을 기대하는 부임 초기라 가능했고, 원로목사님의 영향력이 있을 때라 가능했으며, 바꿀 수 있을 때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개편에 성공해서 구역모임이 활성화되자 성도들이 서로 소통하고 즐거워하며 활기가 넘치는 교회가 되었다. 그 덕분에 필자의 리더십이 든든히 설 수 있었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을 살고 있다. 코로나19가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세상, 비대면 세상, 영상으로 소통하는 세상 등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낯선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교회를 향해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예배, 심방, 전도, 소그룹 활동, 교육 등 이미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계속해서 바뀌어 가고 있다.

지금은 교회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꿔야 할 때다. 바꿀 수 있으면 바꾸고, 여의치 않으면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바꿔야 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공동체가 될 것이다.

노방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며 전도하는 방식을 유튜브 채널에서 브이로그(Vlog: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말함)를 통해 전도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던 교육과 소그룹 활동과 심방을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한 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교회학교가 전담해서 가르치던 다음 세대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부모들이 교사가 되고 교회학교와 협력해서 가정에서 가르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바꿀 수 있을 때 바꿔야 교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신앙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바꿀 수 있을 때 바꾸자.



김현준 목사 / 청파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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