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생활은 마라톤 경주처럼

믿음 생활은 마라톤 경주처럼

[ 목양칼럼 ]

박종숙 목사
2021년 08월 25일(수) 08:12
잊어버릴 수 없는 성도님이 계신다. 나와 동갑이신데, 암 투병을 하시다가 9년 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봄이나 가을이면 꼭 우리 내외에게 좋은 것으로 식사를 대접해 주시곤 했다. 본인이 건강이 좋지 않았던 터라 집사님은 목사인 나의 건강을 무척이나 염려해 주셨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시면서 부인 권사님에게 유언을 남기셨다. 목사님 건강은 당신이 책임지라고. 그래서 부인 권사님은 지금까지도 내가 운동하고 있는 헬스클럽 만기가 될 때면 어김없이 연장을 해놓곤 하신다. 때로 운동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러나 게으름 피우며 오래 쉴 수가 없다. 목회자가 건강해서 교회와 성도님들을 잘 섬겨달라는 집사님의 그 귀한 뜻을 알기 때문이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계속하면서 목표를 세웠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보자는 것이었다. 42.195km를 5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완주라고 한다. 2013년에 처음으로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중간까지는 그럭저럭 뛰었는데, 반환점을 돌고 나서는 몸이 천근만근이 되어, 발이 땅바닥에서 잘 떨어지지를 않았다. 벚꽃나무 그늘 아래 쓰러져 이대로 영원히 잠들어 버리고 싶었다. 걷다가 뛰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 갔다. 성도님들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 모습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어찌어찌하여 1km 쯤 남겨놓은 곳에 오니,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내 앞에서 축 처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 마지막 힘을 짜내어 간신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4시간 59분 20초였다. 아슬아슬하게 완주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렇게 무식하게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훈련을 해야 하고, 'Never Stop, never Walk(절대로 멈추지 말고, 절대로 걷지 말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한번 쉬게 되면 몸이 물먹은 솜처럼 되고 그 후에는 저절로 주저앉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일을 교훈 삼아 그 후에는 좀 더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성도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2년 후에는 정말로 'Never Stop, Never Walk'를 달성했고, 마지막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스퍼트까지 했다. 결과는 3시간 56분 40초. 지금까지 풀코스를 5번 완주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첫째가 마라톤은 정확하게 훈련량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후반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력은 반환점을 돌고나서 후반전에 비로소 드러난다. 셋째로 데드 포인트(30km 지점)를 넘어서면,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곧 죽을 것 같지만, 그 위기를 넘어서면 우리의 몸은 이제는 탄수화물이 아닌 지방을 분해시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기도, 말씀, 봉사 훈련이 잘 되어 있어야 끝까지 믿음의 경주를 완주할 수 있다. 그리고 성도는 연륜이 더해질수록 더 아름다운 신앙의 향기를 풍겨내야 한다. 후반전을 더 잘 뛰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결승선을 통과해야 한다. 신앙에 위기가 찾아오지만, 잘 이겨내면, 내 힘이 아닌 하늘의 에너지, 성령 충만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주님을 바라보면서, 성령께서 주시는 힘과 능력으로 천국의 결승선을 멋있게 통과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한다.



박종숙 목사 / 전주중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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