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도 새로운 미디어다

필름 카메라도 새로운 미디어다

[ 뉴미디어이렇게 ]

이종록 교수
2021년 08월 23일(월) 16:53
디지털 기기만 사용해 본 젊은이들에겐 필름과 필름 카메라도 새로운 미디어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태어나기 전부터 고향에서 아버지가 사진 찍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관을 정식으로 운영한 것은 아니지만, 1950년대에 육지에서 배타고 2시간 넘게 걸리는 섬에서 사진을 찍고 집에서 현상과 인화를 하는 일이 당시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필자와 두 동생들의 돌 사진을 비롯해 여러 흑백 사진을 찍었고, 지금도 여러 장이 남아 있다.

작은 아버지들도 사진을 좋아하셨다. 외항선 선장이던 작은 아버지가 3년에 한 번씩 귀국하면서 여러 외국 물건들을 가져왔는데, 그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게 아코디언과 펜탁스 카메라, 소니 오디오, 그리고 폴 모리아 악단 연주 카세트테이프다.

작은 아버지가 펜탁스 카메라를 아버지에게 선물해서, 중학생 때 아버지 몰래 그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던 일도 기억난다. 그 카메라는 파인더를 분리해서 중형 카메라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결혼하기 직전에는 장인 어른이 올림푸스 카메라를 선물했고, 결혼 한 후에 미놀타700을 구입해 상당히 오랫동안 그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필자는 이렇게 사진에 입문해서, 평생을 사진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이제는 필름 카메라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 카메라도 덩치 큰 것들 대신 미러리스 카메라를 더 자주 사용하고, 최근에는 동영상과 스틸 사진을 모두 찍기에 편한 액션카메라 종류를 애용하는 편이다. 그래도 필름 카메라에 대한 애착 때문에 간혹 필름 카메라로 흑백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필자는 617 대형 카메라와 4x5인치 필름을 사용하는 뷰카메라를 갖고 있는데, 이 카메라들을 가지고 광활한 자연을 찍는 게 꿈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봤을까? 아주 소수 매니아들과 폴라로이드 카메라 사용자도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겐 필름 카메라도 이젠 새로운 미디어임에 분명하다.

이종록 교수/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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