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메타버스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1년 08월 17일(화) 13:41
유년시절 학교에서 미래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미술시간이 있었다. 모두가 갖고 있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기발한 그림을 완성하곤 했다. 그 중에는 몸집보다 머리가 더 큰 사람을 그려놓고 미래의 사람의 모습이라고 설명한 친구도 있었고, 우주를 마음대로 떠도는 그림을 그린 친구도 있었으며, 태양에서 발생하는 무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생각, 인간의 생각대로 움직이며 숙제를 해결해 주는 로버트 등 어린 마음으로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미래 사회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당시는 황당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오늘에서 보면 과거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해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경우를 보게된다. 인간이 우주를 마음대로 떠도는 상상은 오늘의 우주여행이라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써니>라는 제목의 영화가 10년 전에 주목을 받은 일이 있다. 여고 시절을 함께 했던 7명의 친구들이 성장해서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옛친구들을 찾아 만나는 내용을 그려낸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공상만화와 같은 내용이 퍼즐의 한 조각 같이 담겨져 있다. 써니의 리더 일명 짱으로 활약한 춘화의 이야기다.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여고의 일짱으로 호탕한 성격을 갖고 있다. 스쳐가는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한 생각을 하는 캐릭터다. 영화의 배경이 고등학교 교복 자율화 때인 1980년대 중후반으로 기억된다. 영화가 개봉된 2011년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죽음을 맞는 춘화는 IT사업가로 크게 성공한 친구이다. 20, 30년전에는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IT분야의 선두 주자로 성공한 사업가로 그려졌다. 말 그대로 상상의 세계를 현실화해서 크게 성공한 인물이다. 물론 이 내용은 영화의 전체 줄거리에서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의 입장에서는 눈을 감았다 뜨면 바뀐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미 자녀세대의 행동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포기해야 할 정도이다. 당연히 그들의 사고방식을 따라간다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더 나아가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이해할 수도 없다. 4차 산업(정보 의료 교육 서비스 산업 등 지식 집약적 산업)을 이해하기도 버거운데 5차 산업(패션, 오락 및 레저산업)에 이어 6차 산업(1차, 2차, 3차 산업을 융합 복합한 산업)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정신이 없다.

최근에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것이 또 등장했다. '초월하다'는 의미를 담은 '메타(meta)'와 '세계' '우주'의 의미를 담고 있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생활형, 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하는 말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메타버스를 '메터처치(meta church)'로 변형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페이스북 등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몇몇 교회의 경우 내부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메타처치는 인터넷 포탈에서도 쉽게 검색되지 않을 정도로 신생 중에 신생어이다. 가상공간의 교회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맞이한 변화된 사회에서 대면예배에서 비대면예배, 그리고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예배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예배(신앙행위)가 과연 가상에서도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인 생각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당연히 신학적인 해석과 교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메타처치를 이야기하는 관계자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안적인 교회와는 차원이 다른 신학적인 논의와 신중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 한다.

본보 또한 메타처치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해 제공했다. 이제 막 시작한 트렌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있을 것이다. 있을 수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에서부터, 마치 오늘 처해 있는 교회의 대안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극과 극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신학적인 연구가 없이 무비판적이고 무절제하게 따라간다는 것은 살 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이 위험도가 매우높다. 6차 산업을 이야기 하고 공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오늘의 사회속에서 모두가 추종하는 트렌드라고 하더라도 교회가 무작정 따라갈 수만은 없다.

메타버스(처치)는 새롭게 등장한 핫한 주제이면서 신학계가 답을 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해서도 발빠른 신학적 해석과 방향 제시가 교계에서 있어야 한다. 지체할 상황이 아니다. 누군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자신들만의 방법을 동원해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총회나 관련 기관에서도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만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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