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세 여인

내 인생의 세 여인

[ 목양칼럼 ]

이근형 목사
2021년 08월 11일(수) 08:24
부산 소정교회에 담임으로 부임한지가 벌써 5년째다. 서울에서 태어나 엔지니어를 꿈꾸던 평범한 공대생이 목회자로 부름을 받기까지에는 하나님이 만나게 하신 결정적인 세 명의 여인이 있었다. 첫 번째 여인은 나의 친조모이시다. 할머니는 부산 최초 교회인 초량교회의 초대목사였던 한득룡 목사의 외손녀다. 외조부의 견실한 신앙을 이어받은 할머니는 매우 부지런하고 믿음이 강한 분이셨다. 젊은 시절에 고된 일을 많이 하셔서일까? 할머니는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20년 넘게 걷지 못하고 뼈 마디마디를 찌르는 통증으로 뜬눈으로 지새우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고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갈망하며 아침과 저녁 늘 기도를 멈추지 않으셨다. 특히 큰 손주인 나를 위해 자주 축복기도 해 주시던 모습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두 번째 여인은 바로 나의 어머니다. 어머니는 걷지 못하는 시어머니의 부지런한(?) 간섭과 시집살이로 이혼까지 고민할 정도였다고 했다. 힘에 겨워 새벽마다 눈물로 기도하셨는데 기도 중에 큰 회개와 성령의 충만함을 경험했다. 그 뒤로 어머니는 기도의 여인이 되었다. 문제를 만날 때마다 기도로 풀어갔고 자식들을 위한 기도를 쉬지 않았다. 특히, 목회자가 된 아들을 위해서 날마다 무릎 꿇어 기도의 낙타무릎이 되겠다고 하신다. 이러한 어머니의 기도는 아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주고 하나님의 은혜에 머물게 만들었다.

세 번째 여인은 사랑하는 아내이다. 결혼 전 아내는 장인어른을 질병으로 가슴 아프게 떠나보내야 했다. 그러고 나서 고인이 그토록 바라셨던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그 기도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깨닫고 목회자의 아내가 될 결심까지 하게 되었다. 이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다. 아내는 부족한 나의 훌륭한 멘토이자 가장 든든한 기도의 동역자이다.

어느 날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이 세 여인들과의 만남이 생각나게 하시면서 모든 것이 너를 위한 것이라고 하셨다. 목회적 실력도 경험도 부족한 공대생 출신이 60년 전통의 교회를 맡아 목회하려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득룡 목사님의 목회적 소명과 은혜를 내가 과연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초조함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기도가 부족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고 세 여인에게 먼저 은혜를 베푸신 것이다. 그들을 통해 목회자의 부족한 기도를 채우게 하셨다는 것을 고백하게 되면서 참았던 눈물샘이 터졌다. 생각해보니 이분들만 아니라 여러 기도의 동역자들이 더 있었다. 특히 소정교회의 권사님들은 담임목사를 위해 청빙 3년 전부터 24시간 릴레이로 무려 3년 동안이나 기도해 왔다. 이 모든 만남들이 결국 나를 찾아오신 주님의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랴! 예수님은 죄인을 찾아오시는 사랑의 주님이시다. 예수님은 스승을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를 사랑으로 찾아오셨고 그를 회복시키셨다. 주님은 베드로를 보내어 양의 우리 안에 아직 들어오지 못한 잃은 양들에게까지 찾아가 복음으로 만나주셨다. 부족한 자를 찾아오시는 주님의 사랑이 이렇게 나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시대의 목회가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사랑으로 찾아오시는 주님이 계신다면 능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지금도 진행 중인 주님의 사랑을 의지하며 그 사랑으로 다른 이를 먼저 찾아야하지 않을까? 찾아오시는 주의 사랑으로 끝까지 신실하게 사역하는 목회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근형 목사 / 소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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