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보다 더 큰 긍휼의 마음으로

루푸스보다 더 큰 긍휼의 마음으로

[ 목양칼럼 ]

박종숙 목사
2021년 08월 11일(수) 08:17
주일 오전 공동예배를 마치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한 집사님으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40대 초반의 여성 집사님으로, 초등학교 교사인 분이다. 안타깝게도 집사님은 '루푸스'라는 난치성 질환을 앓고 계신다. 루푸스(lupus)란 '늑대'라는 뜻인데, 늑대에게 물어뜯긴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의 인체를 보호해주는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면역계가 외부로부터 침투한 이물질이 아니라, 도리어 자기 세포나 장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루푸스 활성도가 올라가면 고열, 전신의 통증, 무기력감과 쇠약감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 고열과 통증 때문에 몇날며칠 잠을 자지 못하기 일쑤다. 그런 몸으로 수업을 하고 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집사님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고 사직을 하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병가를 내고 때로는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면서 치료를 병행해 나갔다. 놀라운 일은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집사님은 언제나 은혜를 사모하고, 기도와 묵상에 힘쓰며,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왜 힘든 시간이 없었겠는가! 때로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몸부림치기도 했겠지만, 언제나 그것을 기도와 말씀으로 이겨냈다. 그리고 감사를 잊지 않았다. 힘든 몸을 가지고서도 교회에서 봉사하려고 애썼다. 자신과 같은 환우들을 위해서 같이 아파하며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문자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금년 3월에 집사님의 학급에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를 맞이하게 되었다. 너무나 난폭하고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는 아이였는데, 학기 초에 이 아이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학급을 교체해야 하는데, 어떤 선생님도 이 아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갈 곳 없는 이 아이를 생각할수록 예수님의 아파하시는 모습이 떠올랐다. 루푸스로 인해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눈물 흘리고 있을 때, 자신을 찾아오셔서 안아주시고 위로해 주시던 주님께서 이 아이 때문에 아파하고 계심을 느꼈다. 그 마음으로 바라보니 갈 곳 없는 그 아이가 너무나 불쌍해서 도저히 그 아이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아파하시는 예수님의 긍휼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집사님은 그 아이를 다시 받아들였고, 힘든 몸으로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를 도우면서, 기도하면서 전쟁과도 같은 한 학기를 보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3월에 1000mg이 넘던 단백뇨 수치가 7월 말에 진료를 받아 보니 100mg으로 떨어졌다. 정상 수치가 150mg 이하인데, 정상 수치로 돌아온 것이다. 너무 기뻐서, 감사해서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면서 목사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다.

하나님은 긍휼(矜恤)의 하나님이시다. 긍휼이라는 한자가 참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해자를 해보면 지금 창에 찔려 마음에 피가 흐르는 것을 가리킨다. 복음서에 보면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셨을 때 주님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불쌍히 여긴다" 원어로는 '스플랑크니조마이'라는 말이다. 어간이 스플랑크마 즉 창자인데, 창자가 꿈틀거릴 정도로 격렬한 마음의 아픔과 슬픔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것이 주님의 마음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은 바로 이 긍휼의 마음을 타고 흐른다. 우리가 이 땅에서 주님의 긍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품고 살 때, 거기 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난다. 한국교회가 그리고 우리들의 삶이 하나님의 긍휼이 흐르는 통로가 되기를 가만히 소원해 본다.



박종숙 목사 / 전주중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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