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의 공간 문제

작은교회의 공간 문제

[ 목양칼럼 ]

윤석근 목사
2021년 07월 28일(수) 08:35
교회를 개척하고 두 번 이전을 하게 됐다. 지금 있는 곳은 은퇴하신 선교사님이 집을 구입하고 리모델링해 예쁜 북카페 같이 만든 교회다.

그 선교사님은 주변에 반대도 많았지만 2년 동안 교회로서 자리를 잘 지키고 계시던 중이었는데, 어느 날 필자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셨다. 교회를 반대하던 옆집 할아버지가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는데, 성도들이 이분 때문에 도저히 교회 나오기를 힘들어 하신다는 것이다. 처음엔 지극 정성으로 돌보며 함께 예배를 드렸는데 성도들이 더 이상 냄새를 참을 수 없어 했다는 것이다. 그분은 부인이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 분으로 약간 치매 증상도 있고, 혼자서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라 교회와 동네 분들이 돌보고 있었고, 옷을 제때 갈아입지 않아 냄새가 심했던 것이다.

그 선교사님은 '이제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고민했다. 그 얘기를 듣고 필자는 "우리 교회가 오면 어떨까요?"라고 제안을 했다. 선교사님은 우리교회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생각지도 못했다며 고민해보기로 하셨고, 모든 물건을 그대로 쓰기로 하고 필자의 교회는 피아노와 성경·찬송, 밥그릇과 숟가락만 가지고 지금 있는 교회로 이전하게 됐다.

처음엔 함께 목회를 하자고 제안해 오전예배는 필자가, 오후예배는 선교사님이 설교를 하였는데, 두 교회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다보니 겉은 괜찮으나 속은 편치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선교사님은 다른 교회를 도와야겠다고 가시고, 평일에만 시간을 정해놓고 나머지 새벽예배, 화요기도회, 수요예배, 금요성경공부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공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서로 시간대만 잘 정리하면 교회가 텅텅 비어있는 것보다 늘 사용되어지는 것도 바람직하다 생각 되었다.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작은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다 보니 교회를 정리하는 경우도 있고, 함께 공유하며 예배드린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코로나가 오기전에 교회를 옮겼던 우리 교회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참 잘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홀로 계셨던 옆집 할아버지는 매 주일 옷을 들고가서 갈아입고 오시면 맛있는 것 드린다고 하면서 주일 예배 드리기 전에 옷을 갈아입고 오시도록 했다. 그렇게 성도들은 조금씩 참고 함께 예배를 드렸고, 현재는 집도 팔고 아들이 모시고 가 요양센터에 계신다고 한다. 이렇게 해결이 된 이후에 코로나가 와서 다른 곳에서 봉사하던 선교사님도 그 곳이 문을 닫게 돼 지금은 주일예배도 각각 시간을 정해놓고 예배를 드리고 있다. 갈등이 있을 때도 있으나 잠시뿐이고 서로 배려하며 각자 예배를 잘 드리고 있다.

작은 교회는 교회 공간의 문제가 많이 있다. 아이들이 있을 곳이 없었는데 교회 근처에 있는 대안학교의 배려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이 엄마와 함께 와서 엄마는 예배를 드리고 자녀들은 대안학교에 가서 놀기도 하고 영어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모일 수 없게 되었지만 주변을 보면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자연환경과 더불어 좋은 분들의 선한 마음이 작은 교회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외국에서 교회들이 교회를 빌려 예배 드리듯이 이제는 한국에서도 개척 교회들이 가까이에 있는 교회들과 함께 장소를 공유하며 자신들에게 맡겨주신 양들을 돌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예수님께서 어디든지 회당에 들어가셔서 말씀을 가르쳐 주시며 하나님 나라의 말씀을 전하셨듯이 함께 교회를 공유함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기를 소망해 본다.



윤석근 목사 / 평화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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