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에 가는 길

내 평생에 가는 길

[ 목양칼럼 ]

김광수 목사
2021년 07월 21일(수) 08:07
충주효성교회에 청빙을 받기 전, 필자와 아내는 15년을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소위 '시집살이'라는 것을 아내가 감당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아내는 시부모님과 편안하게 잘 지냈다.

분가한 후 처음으로 부모님이 안 계신 식탁 자리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두 아이와 우리 부부는 그리움에 부모님께 전화 통화를 했다. 부모님은 늘 그렇듯 '건강하여라', '목회 잘하도록 기도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그리고 문득 그동안 시부모를 모시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당신이 성격이 좋아서 15년 잘 지낸 것 같다'고 했더니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성격이 좋은 것이 아니라 '궁금함 덕'이라고 했다.

이유인즉슨, 신앙 1대인 아내는 신앙 4대인 필자와 결혼하면서 과연 믿음의 가정은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대화하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화목한 가정이었고, 넉넉한 사랑으로 충분했지만, 예수님을 만난 후 아내에게는 늘 믿음의 가정에 대한 궁금함, 과연 신앙을 어떻게 전수하는지, 믿음의 가정문화는 어떻게 형성하는지가 참 궁금했다고 한다.

신앙 4대로 믿음을 이어받은 필자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말씀암송과 찬양소리를 듣고 자랐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부모님과 함께 기도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부모님의 삶은 교회 봉사로 가득했고, 휴가 때마다 기도원에서 기도하시는 것이 거룩한 패턴이었다. 이런 우리 가정의 신앙문화를 아내는 귀하게 여겼고 부모님의 믿음을 배우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처럼 부모의 신앙 뒷 모습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에 2021년 5월 어버이주일 '믿음의 부모님들'에게 '내 평생에 가는 길'이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믿음의 어르신들에게 다음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적게 하고 그것을 교회 로비에 전시하여 유아유치부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성도들과 그 내용을 공유했다.

우리교회는 75년의 역사를 지닌 충주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장로교회이다. 그리하여 굳건한 신앙 안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믿음의 부모들이 계신다. 이 어르신들의 '내 평생에 가는 길' 중에서 몇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 누가 내게 물으면 하나님을 만난 것이라 말했었는데 지나서 보니 내가 하나님께 선택되었다는 사실이더라 / 신앙은 인생 항해의 나침판, 어떤 상황에도 믿음을 놓지 않고 살아가기 바란다. / 딸아! 믿음은 인생에 살아가는 마음의 쉼표이다. 아들아! 믿음은 인생의 지혜이며 마음의 여정이다 / 주님 떠난 얘야 돌아오라. 주님 떠난 얘야 돌아오라. 내가 험한 세상 살아온 것 주님의 은혜였단다. 너희들이 주께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눈 감을 수 있을는지…."

지면의 한계로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한 문장 한 문장 교회 어른들이 적은 것은 깊이 새기고 싶은 귀한 믿음의 이야기이다. 다음세대, 특히 나의 자녀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그 한마디는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며 깨달았던 수많은 이야기를 녹여낸 말들은 놀랍게도 읽기만 해도 큰 감동이 되었다.

몇 주 교회 로비에 전시를 하여 성도들이 오가며 읽어보도록 했다. 한 유치부 아이는 와서 아는 글자가 있다며 읽어보기도 하고, 무심한 척 고등부 학생이 슬쩍 쳐다보기도 했다. 30대 40대 젊은 부부가 메모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한 어르신은 미처 쓰지 못했다며 저에게 메모를 다시 내밀기도 하셨다. 그렇다. '내 평생에 가는 길'에 만난 그 예수님의 이야기를 어른들은 말해주고 삶으로 보여주고 젊은이들과 다음세대들은 그 말을 듣고 기억하고 배워야 한다.

부모님의 경건한 일상들, 삶으로 살아내며 보여주는 믿음의 이야기들이 아름답게 전수 될 때, 하나님의 가정과 교회는 아름답고 든든하게 서갈 것이라 확신한다.



김광수 목사 / 충주 효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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