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사회에 필요한 신앙

포스트 팬데믹 사회에 필요한 신앙

김승환 목사
2021년 07월 13일(화) 15:00
김승환 목사
지난 1월,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 평가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매우·약간 신뢰한다'는 응답은 21%이고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76%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윤실에서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당시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32%였던 것을 감안할 때 한국교회를 향한 사회적 신뢰도가 10%정도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한국갤럽조사에서도 종교별 호감도 조사에서 개신교는 6%로 나타나 기독교를 향한 사회적 시선이 매우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독청년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 기독청년의 신앙과 교회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6.1%는 코로나에 대처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미흡했다'고 응답했다. 현시점에서 교회는 안팎으로 존립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한국교회는 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을까? 포스트 팬데믹 상황에서 교회는 어떻게 새롭게 변화되어야 할까? 사회는 교회를 향해 건강한 공적인 역할을 요청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도 자정작용을 위한 신앙의 공공성에 관심을 높아지고 있다. 종교는 사적인 영역이 아니다. 신앙은 개인의 영혼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공공의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현대사회는 종교를 통해 무너진 이성의 공적인 토대를 복구하는 한편, 건강한 시민적 덕목의 훈련소로서 종교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공공선(common good)'을 지향하는 교회의 공적 참여는 교회 밖 구성원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공통의 가치와 목표를 구현하게 한다. 동시에 교회 스스로 공공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대안적 사회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폐쇄성을 극복하고 초월적 가치를 지닌 공동체로서 모든 사회적 구성원과 연대하며 공존할 수 있는 진정한(faithful) 대안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포스트 팬데믹 사회에서 '대화적 공공성'과 '포용적 공동체성'을 재정립함으로 근본적이고 폐쇄적인 이기적인 집단주의 신앙에서 벗어나 공적 구성원으로서 시민들과 협력할 수는 토대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만의 신앙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공론장의 무법자로 변질된 극우적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개교회의 성장중심주의와 개인의 종교성과 영적 만족을 추구해왔다. 자본주의 사회에 편승하여 수치화된 성공과 물질적 번영을 추구하면서 한국교회는 공적 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사적 종교로 전락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적인 신학과 공적인 신앙이 필요하다. 보편적 선을 향한 교회의 사회 참여와 책임의식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인 동시에 죄로 인해 망가진 피조 세계를 돌보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주요한 동기가 된다.

공적인 신학과 신앙은 '공공선'을 강조한다. 공공선은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간의 상호성을 전제하면서 공공적인 합의를 유출하기 위한 보편적인 방향성이자 공통의 가치이다. 공공선은 초월적이면서도 내재적인, 종교적이면서도 정치적인,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특징을 지닌다. 넓은 의미로 공공선은 모든 피조 세계를 위한 선으로서, 자유, 정의, 평화와 같은 인간의 생명을 넘어서서 모든 생명의 선과 공동의 번영을 지향한다. 신학의 목적이 교회의 확장과 신앙심 고취가 아니라 창조 세계의 선함을 밝히며 비신앙인들과 하나님 나라를 함께 세워나가는 것이기에 그들과의 공통 목표인 공공선을 발견하고 이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한데 공공신학이 그 지점에 있다.

공공선은 신학의 지향점이자 교회의 공적 참여를 위한 신학적 상상력과 공동체적 실천을 일으키는 출발점이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헌신하면서 교회 사역과 개인의 신앙 생활을 새롭게 디자인할 때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우리는 복음의 온전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학의 겸손함과 이웃을 향한 진실된 사랑은 교회가 모든 것을 장악하려 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내려놓고 더불어 함께 공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꾸게 할 것이다. 지금의 위기는 교회를 새롭게 해석하고 시대를 분별하며 공동체를 디자인할 때이다. 그러한 상상들로 가득찬 사역의 현장이 되길 기대한다.



김승환 목사/ 도시공동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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