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기 싫어요, 목사님"

"나가기 싫어요, 목사님"

[ 목양칼럼 ]

김광수 목사
2021년 07월 14일(수) 08:11
심방(尋訪)은, '찾을 심과 찾을 방'으로 이뤄진 한자어다. 성도의 가정 혹은 사업장에 찾아가서 삶의 이야기를 듣고 말씀 안에서 소망을 갖도록 격려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교회는 봄과 가을 1년에 두 번 대심방(목회심방)을 하지만 필요에 따라 자주 심방한다.

필자는 교육전도사 시절부터 심방을 자주했다. 교회학교 아이들의 학교와 학원으로 찾아가기도 했고, 청년들이 공부하는 고시원에 가기도 했다. 간혹 바쁜 시간 쪼개 달려가도 고작 5분 정도밖에 보지 못해도 '심방'은 참으로 중요했다.

심방을 하면서 귀한 성도들을 인격적으로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누고 기도하노라면 '복음'이 얼마나 우리 삶에 귀한 것인지, 예수님을 믿어 정말 '다행이다'고 생각하며 위로받는다. 불안하고 걱정 가득한 삶의 과제 속에서 낙심할 때 말씀으로 용기를 얻는 그 놀라운 순간은 심방을 통해서 확실히 깨닫는다. 간혹 세상이 달라졌다 하여 심방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교회의 이야기가 있지만 내가 목회할 동안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하여도, 세련된 목양이 아니라 하더라도 심방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실시간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며 일부 성도들과는 마스크 쓴 얼굴로 예배당에서 서로 거리를 둔 채 인사를 하고 심방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구역장 모임이나 제자훈련, 여러 성경공부를 줌(Zoom)으로 하면서 이번 봄 대심방은 줌 혹은 페이스톡을 사용하기로 했다.

심방을 하기로 하고 시간을 조정해보니 대면으로 했다면 주중 혹은 낮에 가능했던 심방이 주중 주말 낮과 저녁, 그리고 밤까지 스케쥴이 가득했다. 한 가정에 한 시간 정도 소요되니 많게는 하루에 6~7가정을 하기도 했다.

심방을 하면서 영상으로 마스크 벗은 성도들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울컥했다. 그새 얼굴이 상하신 분도 계시고, 화면으로 보이는 내 모습이 신기해서 부끄러워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줌을 설치하는 것도 페이스톡의 전화 버튼을 누르는 것도 어색해서 처음에는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지만 이미 유튜브를 만지는 것에 능하신 어르신들은 금세 잘 다루셨다. 새롭게 이사한 곳을 카메라 화면으로 이리 저리 돌려서 보여주시는 성도, 퇴근 후 모든 가족이 함께 앉아 심방을 기다렸다며 환하게 웃는 성도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지난 달, 바쁜 식당 일로 주일예배를 제대로 드리지 못해 늘 마음이 아팠다는 한 집사님의 가정 심방이었다. 화면 가득 집사님의 얼굴을 크게 하고, 부교역자, 아내와 함께 심방을 했다. 겉으로 보아 알 수 없는 고민과 걱정, 그리고 감사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영업을 준비해야 할 듯하여 심방을 마무리하려고 하니 집사님은 "조금만 더 영상 심방하면 안 될까요? 나가기 싫어요. 목사님의 얼굴을 보니 너무 좋은데… 정말 아쉬워요"라고 말씀하신다.

조금 더 시간을 갖자고 하며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화면으로 보면서 영상 화면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구나', '곁에 있는 듯 정을 나눌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줌과 페이스톡 개발자들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요즘 필자는 '온(ON)라인'이 '온(溫)라인'이 되는 경험을 누리고 있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함께 마음을 나누고 복음 안에서 교제하려고 하는 그 마음만 있으면 그 어디든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목회자의 진심이 통하는 심방, 예수님의 이름이 가득한 나눔과 기도의 심방은 코로나19가 이기지 못할 것이다.



김광수 목사 / 충주 효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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