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걱정 보다 은혜로 받아들여야

건망증, 걱정 보다 은혜로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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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7월 07일(수) 10:05
40대 초반의 젊은 주부가 동네 가까운 시장에 갔다가 집을 찾지 못하고 1시간 남짓 헤매다가 집에 귀가했다. 깜짝 놀란 주부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 신경외과에 진료하고 뇌 손상 여부를 알아보려고 Brain MRI 등 다양한 뇌 검사(Brain CT, Brain MRA, PET 등)를 받았다. '이상 없다'는 결과에 의심스러워 다른 대학병원들을 내원하여 수회에 걸쳐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정상이었다. 많은 경제적 손실과 시간적 허비를 하다가 스트레스성 또는 심인성(psychogenic)인가 싶어 필자의 병원에 방문했다.

현대인들에게 건망증은 자주 경험하는 문제이다. 급변하는 세계화와 정보처리의 홍수로 업무 스트레스로 정신 없다. 기억이란 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정보를 뇌에서 받아 들이고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에 꺼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기억력 저하나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

치매에서 오는 기억력 저하와 건망증은 분명히 다르다. 치매는 여러 원인에 의한 뇌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기질성 뇌증후군(organic brain syndrome)의 질환이며, 건망증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뇌 손상이 없이도 우울증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가 올 수는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진료가 필요하다. 건망증은 스스로 잊어버린 사실을 나중에라도 알게 되어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며 부끄럽고 자존심이 상한다. 일상 생활에서 어느 한 부분을 선택적으로 잊어 버린다. 지남력이나 현실 판단능력의 손상이 없는 것이 치매와 다른 점이다.

건망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특징은 대부분 복잡하고 바쁜 생활에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이다. 일에 너무 집착하여 주의력 및 집중력 감퇴로 건망증이 온다. 다음은 성격적으로 너무 완벽하고 꼼꼼하고 세심한 강박적 성격의 소유자이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매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갈등이 많은 사람이다. 부부 갈등, 고부간의 갈등, 직장 동료간의 갈등 등이 원인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와 갈등이 있는 사람은 직장동료나 후배하고는 잘 지내는데, 상사와는 불화가 잘 생길 수 있다. 상사가 시킨 일을 기억하지 못하여 일을 그릇치기도 한다. 즉 간접적인 방법(passive-aggressive)으로 상사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다.

건망증은 치료될 수 있다. 앞의 원인들을 파악하여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환경적 요인인 경우는 환경을 바꾸거나 같은 환경에서도 관심을 다른 부분에 쏟아보는 것도 좋다. 술이나 담배 등은 일시적인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오히려 기억력이 저하시킨다. 자신에 맞는 취미 생활로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게 해 보자.

망각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살면서 모두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잊지 못해 괴로워하며 진료받는 이가 수없이 많다. 적당히 잊어줘야 새로운 것을 즐거운 것을 기억하면서 기쁨의 샘이 넘쳐날 것이다. 잊어주는 망각의 은사를 은혜로 받아들이는 긍정의 마인드로 아름답고 복된 삶을 누리며 살자.



황원준 장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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