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하시는 놀라운 은혜

하나님이 하시는 놀라운 은혜

[ 목양칼럼 ]

김광수 목사
2021년 07월 07일(수) 08:09
어질러진 거실로 조용히 들어갔다. 아저씨가 누워계셨다. 여자 성도님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자녀들은 낯선 이의 방문이 불만스러워 작은 방으로 다 들어갔다.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는 남편을 보니 필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망설여졌다.

심방 한 주 전, 여자 성도님이 교회에 등록을 하신 후 목양실에서 만났는데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너무나도 착한 사람인데 술만 먹으면 감당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닭도 키우고, 대추 농사도 짓고 있는데 일이 너무 고되니 술을 의지하며 지낸다는 것이다. 남편을 한번 만나 달라는 성도의 요청에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는데 오늘 마침 전화가 급히 와서 방문하게 된 것이다.

흔히 심방은 정갈하게 잘 준비된 탁자와 방석이 놓여있고, 시원한 물 한잔 놓여있어서 잠깐 목을 축이고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며 기도 제목을 나누고 큰 소리로 찬양하고 말씀 듣고 기도하는데, 술 냄새를 풍기며 쓰러지듯 누워계시는 아저씨를 보면서 잠시 나도 머뭇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 나는 아저씨의 손을 잡고 어깨를 안고 토닥여 드렸다. 얼마나 곤하고 지쳤을까?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이 든 것이었다. 누워계시는 아저씨 곁에서 조용히 기도 했다. '주님 안아주옵소서. 주님 귀하게 여겨주옵소서. 주님 만나주옵소서' 한동안 기도를 하니 아저씨가 몸을 움직여 앉았고 나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저는 충주효성교회 목사이고, 오늘 기도하러 왔다'라고 하면서 다시 한번 기도를 했다. 술 취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준 아주머니는 연신 부끄러워하고 미안해했지만 나는 오히려 나를 불러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하고 교회로 돌아왔다. 그날 하루 종일, 아저씨의 힘든 모습이 내 눈에 계속 밟혔고, 나는 목양실 옆에 자리 잡은 기도실에서 주님이 만져주시길 기도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아저씨가 교회에 찾아오셨다. 몸은 말랐지만 다부져 보였고, 이목구비가 시원하게 보이는 선한 얼굴이셨다. 나를 보자마자 수줍게 인사하시더니 "목사님, 풀어주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 무엇을 풀어드릴까 여쭤보니 내가 기도하고 돌아간 이후부터 술만 보면 역겨워서 마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새벽에 농장일을 하고 나서 대추 밭을 한 바퀴 돌려면 술을 먹어야 가능한데 술을 먹지 못하니 힘들어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마법을 걸었으니 그 마법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그때 필자는 아저씨를 목양실로 모셔서 주님의 복음을 전하였다. 십자가에 우리의 모든 허물과 죄를 담당하신 예수님 그리고 지금도 우리를 위해 간구하시는 그 사랑에 대해 말씀 드리고 영접기도를 하셨다. 그날 이후부터 새벽기도를 드리셨고, 이후 세례를 받으신 후 최근 집사 직분을 받으셨다. 하나님의 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집사님이 시를 썼다며 내게 보여주신 후 식당 중앙에 그림까지 그려서 걸어두셨다.



흔들려 중심 방향 / 잃었을 때 / 참지 못하여 / 부딪혀 아파할 때 / 가슴 응어리 복받쳐 올라 // 울분 토할 때 / 지쳐 쓰러져 / 잡을 지푸라기 하나 없어 / 술로 벗 삼으며 / 소통 통로 닫아버리고 // 날선 감정만 표출 / 상대방 약점만 잡고 / 트집 잡는 잡놈 노릇 / 내가 마지막 선택한 곳 // 인생 벼랑 길 정점 / 나를 /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신 주님 / 목사님께서 인도해 주시고 / 안아주며 기도해주셔 / 그분 예수님 만나 / 사랑이 어디서 왔는지 / 깨달음을 얻었네 // 나를 되돌아 보며 / 새로운 사고 관념에 / 가족 사랑을 알고 실천하는 / 나의 믿음에 배를 채워갑니다



주님이 하신 놀라운 은혜, 인생의 벼랑길에 있다고 좌절한 사람이 주님을 만나 새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목회가 쉽지 않지만 소망의 길임을 깨닫는다. 내가 일하지 않고 주님이 일하시도록 오늘도 묵묵히 기도의 문을 두드린다.



김광수목사 / 충주 효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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