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세상 속으로

목회, 세상 속으로

[ 목양칼럼 ]

윤석근 목사
2021년 07월 07일(수) 08:27
교회 개척 후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경로당에 다니며 전도도 하고 돌아보다가 집 근처에 있는 경로당이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가까운 곳에 복지관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그곳만 유일하게 식사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분들을 한달에 한번 토요일에 자동차로 모셔다가 점심식사를 대접하게 되었다. 어르신들은 큰 교회에서 식사대접은 받아 보았지만 이렇게 작은 교회에서 식사대접을 받아보긴 처음이라고 감동하며 헌금을 하시곤 했다.

개척 후 3년이 지나니 과연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세우실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교회에 나오시는 한 독거 어르신인 집사님이 자기 집을 기증하는 일이 생겼다. 그 분 걱정에 말렸지만 전에도 시골에서 서울 올라올 때 살던 집을 다른 사람에게 그냥 주고 왔다면서 바로 등기하라고 재촉하셨다. 이때 이 일을 계기로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세워 주시는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분도 다문화가정과 어르신들을 섬기는 우리 교회에 기증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셨다.

몇 년 간 봉사하던 경로당 식사대접은 경로당의 요청으로 중단하게 되었다. 슬며시 필자의 마음에 '이제는 말씀을 나눌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교회 가까운 요양센터에서 아는 복지사를 통해 '예배를 인도해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 들어왔다. '하나님은 나의 생각을 아시고 인도하시는구나' 깨닫게 되었고 그 뒤 매주 화요일에 예배를 드리게 됐다.

이곳 역시 '내가 목회할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윗층에서 아래층으로 모셔와 자리 정돈을 잘 해 놓으면 그분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게 되었다. 세례도 베풀고 성찬식도 했다. 이곳도 교회라 생각하고 빠지지 않고 시간을 맞추어 방문했다. 이곳에서의 사역은 모든 것이 잘 준비돼 부교역자를 얻은 느낌이었다.

이곳에서 '보살 할머니'가 예수님을 믿고 세례도 받게 되었는데 "제가 이렇게 기뻐해도 되나요"라면서, 기쁨으로 옆에 있는 어르신들을 배려하며 섬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뿐 아니라 '목사님도 먹고 살아야 한다'면서 직원들이 안해도 된다고 말렸지만 매주 헌금하시는 분도 계셨다. 어르신들이 장기적으로 요양센터에 있다 보면 다니던 교회에 알리기도 어려워지기에 장례를 부탁하면 장례식도 주관하였다.

요즈음은 코로나19로 예배가 중단되고 어르신들을 만날 수도 없게 되었지만 지역 주민인 필자는 최근 그곳의 운영위원이 되었다. 원장님도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다시 예배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교회 근처 경로당을 지나면서 어르신들에게 나눌 것이 있으면 갖다 드리곤 했는데, 저를 회원으로 가입하라고 해서 가입했더니 어느 날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전기검사를 해야 하는데 회장님 연락이 안되어서 부회장께 연락합니다"라는 것이다. 이때 필자가 지역 경로당의 부회장인 것을 알게 됐다.

 그 후 회장이 이사하는 바람에 지회와 동네분들의 추천으로 회장직을 맡아 동네 어르신들을 섬길 기회가 주어졌다. 필자는 김동호 목사께서 '사모님이 통장도 하고 반장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또 교단 내에서 마을 목회를 강조하는 총회 방침도 있는 것을 보면서 이런 활동들이야 말로 그리스도인이 세상에 소금이요 빛이 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목회가 세상적인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 전도하며 예수님의 향기를 발하며 세상을 섬김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표현해야 함을 새삼 느끼면서 주님의 길을 따라 가려고 한다.



윤석근 목사 / 평화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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