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 마련할 수 있는 배려 필요해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 마련할 수 있는 배려 필요해

2020 크리스천 아트포럼 '한국기독교미술의 실천과 과제'
기독 예술인, 재난의 시기에 약자들 곁에서 삶을 나눠야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8월 24일(월) 07:05
카렌 암스트롱은 "예술은 우리의 고통과 열망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마음을 열어준다"고 했다. 실제로 재난의 미술은 인류가 시련과 고난에 직면했을 때 타인도 나와 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존재라는 사실에 기초해 끈끈한 유대감을 나누어 왔다. 14세기 흑사병 이후 발생한 마카브르 단스, 16세기 네덜란드 흑사병이 촉발시킨 바니타스 정물화, 1910년대 후반 스페인 독감에 감염된 화가들, 동일본 제도의 지진과 일본작가들의 반응, 중국 쓰촨 일대의 대지진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작품들, 9.11테러로 인한 미국작가들의 움직임, 지금도 정착할 곳을 찾아 지구촌 곳곳을 유랑하는 6500만명의 난만들이 처한 위기상황과 그들의 고통을 담은 작가들의 활동이 그러했다.

안동대 미술학과 서성록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와 인간관계의 소원함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예술의 지향점을 보다 뚜렷이 하고 예술이 인간과 인간의 거리를 좁히는 촉매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아트미션이 주최한 '한국기독교미술의 실천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비대면 세미나에서 서성록 교수는 '14세기의 흑사병에서 21세기의 난민 사태까지'를 주제로 한 발제문에서 미술가들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점을 '공감'으로 꼽았다.

서 교수는 전염병을 모티브로 한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의 판화를 예로 들면서 이 그림이 전염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공감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작품이 현대미술에서 놓치는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거듭 언급했다. 그는 "시나 소설 그림이나 음악을 단순히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거나 보고 듣는 예술이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톨스토이는 예술이 인생에 있어서 상호간 교감하는 수단인 예술의 한 단락으로 이해한다"면서 "예술이란 사람과 사람을 결합시킴으로써 동일한 감정을 결합시키고 인생 및 개인을 전 인류의 행복으로 향하게 함에 있어서 중요한 촉진제"라고 설명했다. 뭉크의 '병든 아이'를 보고 누이 소피에를 향해 가졌던 이모 카렌의 슬픔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감동이 주는 힘이며, 에릭 피슬의 '추락하는 여인'을 보고 안타깝게도 테러로 숨진 희생자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고난을 함께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약한 자들의 곁에서 그들과 삶을 나누고 이웃과 친구가 되는 행위를 (공감에 기초한) 관통이라고 한다"는 서 교수는 "이에 대한 실천을 위해서는 타인의 존재에 대한 이해와 의식의 전환이 요구된다"면서 "누군가도 나처럼, 나 자신 이상으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내 안의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밖에도 이날 세미나는 '한국 기독교미술의 현주소'(방효성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회장), '한국 기독교 미술에 체현된 선교의식과 사역의 현장'(오의석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 '한국기독교미술의 과제 - H.R. 로크마커에게 길을 묻다'(김병호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 교수) 등의 발제가 있었다.

이번 세미나에 앞서 아트미션 이영신 회장은 "올해로 18회를 맞는 크리스찬 아트 포럼을 개최하는 일은 큰 움직임이 있는 역사의 순간에서 보면 아주 작은 몸짓이겠지만 그 나비의 날개짓이 우리의 사명이고 하나님께서 분명 앞서 행하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나아간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세미나로 진행되지만 한국 기독교 미술의 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대면 세미나 못지 않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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