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선(善)'이 우리사회 '뉴 노멀'이 되도록

'공동 선(善)'이 우리사회 '뉴 노멀'이 되도록

[ 8월특집 ] 4.코로나19 시대, 공공성의 한국적 함의와 새로운 신앙형성

성석환 교수
2020년 08월 20일(목) 14:42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모범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기에 마스크 대란이 있었지만 시민들은 점차 인내하고 협력하면 모두가 좋을 수 있다는 값진 경험을 했다.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공공의 영역이 더욱 확장되어야 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알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한국교회가 내부적으로 해결할 문제들 때문에 외부에 에너지를 쓸 여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한국사회에 '뉴 노멀'을 요구하다

'코로나19' 사태는 '공정한 사회', '공정한 정치'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확대시켰고, 시민들은 여러 과정에서 참여민주주의 정치적 문법을 꽤나 체득할 수 있었다. 예컨대,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끼리'의 관계성을 중시하던 유교적 전통과는 달리, '일정한 거리'가 오히려 예의와 배려가 되는 '뉴 노멀'을 제시했다. 사실 우리 사회의 '가까움'이란 때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위계질서의 상징이거나 지연, 학연과 같은 연줄의 산물들이었다.

지금 한국사회는 수많은 갈등구조를 안고 있다. 세대, 성별, 계급을 중심으로 기존의 기득권과 신생하는 세력들이 대결하며 향후 한국사회의 헤게모니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이 현실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어느 사회나 발전하며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으나, 부작용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코로나19'는 이 논의를 적어도 10년은 앞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사회의 '뉴 노멀' 공론화는 바로 이 지점과 관련되어 있다.

그동안 누군가에게만 좋은 것이었다면, 이제 '코로나19' 이후의 '뉴 노멀'은 모두에게 좋아야 하고, 위계나 힘으로 일방적인 소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마스크 한 장을 얻기 위해 줄을 서야 하고, 누구나 '코로나19'를 피해 갈 수도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제 당연한 배려이며, '기본임금'과 같은 정책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가 요구하는 사회적 '뉴 노멀'의 방향이 된다.

#한국교회의 공공성,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해야

우리는 '코로나19'를 대처하면서, 언론과 시민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신천지 이단집단' 때문에 같은 급으로 취급당하고 있다는 억울함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교회모임에서 비롯된 집단전염이 계속되고 있으니, 일단 국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한국사회의 '뉴 노멀' 형성에 어떻게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런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다가오는 미래세대에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려는 준비를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기왕에 시작된 한국사회 '뉴 노멀'의 공론화 과정에 어떻게 참여하고, 모두에게 좋은 미래에 어떻게 헌신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사실, 한국교회는 '온라인 예배(성만찬)'에 대한 신학적 정당성, 그리고 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한 대응방향을 두고 내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쓰느라 한국사회의 '뉴 노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다루지는 못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 또 신앙을 지켜나가도록 돕는 일에 당장은 목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지만, 동시에 한국사회의 큰 변화의 추세를 분별하고 준비해야 하는 일도 정말로 중요한 시기이다.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신자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긍·부정의 두 측면이 있을 것이다. 편한 것을 좋아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온라인 예배'의 편리함을 맛본 이들 모두가 다시 현장예배에 돌아오리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온라인 예배'는 신자들에게 주도권이 있다. 영상선택권과 채널선택권이 고스란히 신자들의 손에 들어가면서 교회가 기존 방식을 고수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교회에서도 나타난다. 위계적인 관계나 일방적인 소통을 부담스러워 하는 세대나 아이를 가진 가정은 자연스럽게 '온라인 예배'를 통해 얻게 되는 가족끼리의 안락함, 참여하고 싶은 시간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선호한다.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엄숙하고 위계적인 교회 분위기를 이제 불편하게 여기게 될 젊은 층을 교회가 배려하는 문법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내부적으로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가 우리 사회의 '공동의 선'을 위해 복음의 이름으로 헌신할 콘텐츠와 새로운 존재양식을 준비하려면, 내부의 공공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선교적으로도 "교회를 다니는 이들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들을 위한" 교회로 전환하기 위한 신학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한다. 이제 '온라인 교회'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만 하는 새로운 선교적 영역이다.

'온라인 교회'는 힘과 재정이 과거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끼리'의 친밀성으로 위장해서 억압적인 위계를 숨겨놓을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섬기고 배려하여 모두에게 선이 되도록, 그래서 아브람을 부르신 여호와께서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공동의 선'이 우리 사회의 '뉴 노멀'이 되도록 한국교회가 헌신한다면 온라인에서든 현실에서든 교회의 공적 가치는 의심받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는 교회에게 위험한 경고이지만 동시에 길을 비추는 밝은 등대이다.


성석환 교수 / 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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