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시대, 감정 다스리는 목회 필요하다

코로나 블루 시대, 감정 다스리는 목회 필요하다

[ 8월특집 ] 5.네트워크 사이보그로서 인간의 딜레마: 언택트 시대, 현실에 대한 신학적 성찰

박일준 교수
2020년 09월 02일(수) 10:40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우리들의 모임들이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일상이 봉쇄되지는 않았지만, 심리적 자가격리가 이루어지면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들에 대한 두려움이 가중되고, 우리의 감정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점 차 오르고 있다.

감정은 우리의 내면에 상태에 대한 외적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적 변화와 자극에 대한 우리들의 반응이고, 이 반응이 내면의 느낌으로 의식적으로 구성되면서, 우리는 삶과 세계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야기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생존과 번식을 위해 피해야 하거나 위험한 존재나 일들을 이야기의 형식으로 담아 집단기억을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주어진 정보들 중 보다 중요한 것들에 일종의 '하이라이트'를 치는 것이다. 그래서 팬데믹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가중되는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의 내면 상태에 대한 신호나 표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 삶의 정황이 위험하고 불안정하니까 조심하라는 생물학적 신호인 것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충분히 불안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있다.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을 무시하고, 무모한 용기를 낸 개체인간들은 멸종했다.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는 겁쟁이의 후손이라고 말하여지기도 한다. 한치의 의혹이라도 있으면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신중하게 행동하는 개체인간들이 자연의 진화과정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안토니오 다마시오는 감정이 생물 유기체의 항상성 시스템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포유류 유기체인 인간은 신체의 상태를 항상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외부환경의 변화와 자극에 대처하기 위해 감정이라는 기제를 사용해서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조절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감정과 느낌과 의식과 표현 및 행위는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적절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공조하는 것이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주목할 것은 오감의 감각들을 통해 외부자극들을 파악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주체적인 느낌을 의식적으로 구성하면서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인간 유기체가 이제 디지털 네트워크의 환경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자가격리와 비대면 만남과 모임이 준강제적으로 시행되기 훨씬 전부터 인간의 문명은 디지털 네트워크와 연동하여 살아가는 시대로 진입했다. 마샬 맥루한은 이미 1964년에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이제 인간이 중추신경계를 신체 바깥에 설치하고 살아가면서, 모두가 모두의 삶에 간여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선포한 바 있다.

이렇게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 인간은 중추신경계의 자가절단 혹은 감각마비를 겪게 된다고 맥루한은 말한다. 생물학적 몸의 항상성 균형에 맞게 조율된 중추신경계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몸을 연장하는 시대에 혼란과 감각마비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어, 인간의 몸을 연장하고, 활동성을 확장하는 시대가 도래할 때마다 문명은 언제나 이런 자가절단 혹은 감각마비를 반복하곤 한다. 이를 프랑코 베라르디는 우리의 감수성과 감성의 분열이라고 표현하였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은 오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로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고, 겨우 손가락 끝의 촉각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의 정보처리 능력인 감성은 활발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연대하는 감수성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만난 타자들을 우리와 얽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기보다는 전적 타자로 인식한다. 인식은 하지만 공감은 이루어지지 않은 그 타자를 향해 팬데믹 시대의 두려움과 불안이 분출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팬데믹 시대의 불안과 두려움은 회피하거나 무시해야할 감정이 아니라, 우리 주변세계의 위험신호들을 인식하고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신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이전보다 더 조심하고 경계하라는 신호인데, 이 감정이 우리 내면의 불만족으로 누적되면서, 엉뚱하게 도착적인 출구를 찾기 시작하면, 이 불안과 두려움은 사회를 폭력과 차별 그리고 혐오적 표현들이 난무하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불행히도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렇게 나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우리의 목회는 이 불안과 두려움을 신앙으로 다스려 나아갈 수 있을까? 지금은 불안과 두려움을 외면하고, 무모한 용기를 발휘할 때가 아니다.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던 시절, 교회에 모여 기도하던 이들이 감염의 위험에 더 취약했던 전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외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야기되는 자가절단과 감각마비는 그 자체로 악이고 해로운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는 새로운 발명의 자극이 되기도 한다고 맥루한은 제안한다. 맥루한은 '미디어가 메시지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기술과 미디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나 장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 자체가 기술적으로 바뀌게 되면 메시지 자체가 변하며, 이는 문명을 새로운 차원으로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미디어 환경은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으로 변했고, 이제 우리는 진리의 메시지를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창출해 내야 한다. 그것은 불안과 두려움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안한 감정들이 촉발하는 경고를 유념하면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이 팬데믹과 그 이후 시대를 향한 메시지를 발명해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설교와 찬양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전하던 메시지를 디지털 미디어와 혼융하면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은 곧 이 팬데믹 시대에 하나님의 마음은 불안과 두려움에 무너지고 있는 영혼들을 향해 무어라 말씀하실 것인가를 분별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개신교의 종말이라는 과장된 수사들이 동원되지만,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결코 실패하지 않으신다. 이 불안과 두려움은 하나님이 우리들에게 전하시는 경고이다. 이때 조심하고 자신을 잘지켜 때를 기다리면, 하나님의 몸으로서 교회가 다시 시대를 향해 일어나 하나님의 선하심과 의로우심을 증거할 때가 올 것이다.

박일준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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