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스페이스는 '가능성의 공간'

사이버 스페이스는 '가능성의 공간'

[ 8월특집 ] 2. 온라인 공간에 실험하는 새로운 교회의 가능성

윤영훈 교수
2020년 08월 10일(월) 08:07
1995년 자크 가이오(J. Gaillot)는 최초의 가톨릭 온라인 교구 주교가 되었다. 이는 그의 의도적 계획이 아니었다. 1994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 에브뤄(Evreux)에서 목회하던 가이오 주교는 지역 노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프랑스 정부의 이들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적 격리 정책에 분노를 느끼며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대중 채널을 활용해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프랑스 가톨릭교회는 가이오의 급진적 사회활동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다음해 그는 파테나(Partenia) 교구로 전출 통보를 받는다. 하지만 지도를 뒤져도 이 낯선 도시를 찾을 수 없었다. 사실 파테나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초대교회의 중요한 교구이다. 하지만 6세기 이후 이 지역은 사실상 사라지며 모래언덕 위 불모지가 되었다. 하지만 파테나 교구가 가톨릭교회 교구 리스트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교회는 그를 이 가상 지역에서 조용히 쉬게 할 목적으로 임명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가이오 주교는 새로운 발상을 시작하게 된다. 파테나 교구를 온라인에 둔다면 어떨까? 가이오 주교는 이 가상의 교구를 자신의 사회적 비전을 설파하는 새로운 근거지로 삼아 프랑스뿐 아니라 랜선을 타고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동조를 이끌게 된다. 가이오 주교는 오랫동안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 가상적 교구가 지속되어 온 의미를 탐색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를 논의하고 도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가이오 주교는 배정된 실제 교구가 없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자구책으로 마련한 온라인 예배를 통해 사이버스페이스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예배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습관적으로 신앙 생활하던 한국교회에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전환을 위한 기회일 수 있다. 이제 교회는 온라인 서비스나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 교회라는 새로운 발상전환을 제안해 본다. 물론 온라인 교회가 새 시대의 대안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변화하는 미디어 변혁의 시대에 사이버스페이스는 한국교회 사역자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식은 공간과 물리적 근접이 보증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주목하고 공감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순간을 포함한다. 이는 온라인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개인이 온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은 점차 사회적 공간으로 진화한다. 이 공간에서 부여하는 새로운 정체성은 개인은 공동체적 경험을 확인하게 된다. 때로는 이 경험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온라인 교회 사역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이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쌍방향의 의사소통이다. 현실 공간에서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제자화'에 익숙한 사역자들은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자유로운 의사소통법을 배워야 한다. 이 공간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 동기를 촉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예배와 활동을 사이버 공간에 제공하고 재현한다고 해서 온라인 목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목회 활동은 목회자에 의해 주도되고 성도들이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성도 스스로 영성 활동의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구도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관계'이다. 관계와 관계는 서로 이어지며 팽창의 동력을 얻는다. 온라인 공간 소통은 기본적으로 개인 간의 매개체이지만 자연스럽게 공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토론과 참여를 위한 공간으로 확장된다. 온라인 종교 활동은 이처럼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관계와 담론을 형성하며 기존 교회와 구별된 대안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교회의 건설적인 사회운동의 매개체가 될 수 있고 아울러 교회 자체의 변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렇다! 사이버스페이스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가능성은 긍정과 부정, 아직 발현되지 않은 모든 결과들을 포함한다. 따라서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을 논할 때 역동적인 부분뿐 아니라 현 시점에 진행되는 과정의 의미를 발견하고 역할을 재규정하는 시간이 요청된다. 하나님과 신자들의 인격적 만남, 성스러운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 교회를 온라인 교회가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온라인 소통과 관계에 지친 사람들은 물리적 만남을 통해 진정한 영혼의 안식을 얻게 되는 경우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그 외에도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교회에 대한 논의는 많은 질문을 야기할 것이며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적절한 해법들을 찾아갈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국의 교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예배가 공포가 되는 상황에서 교회와 성도들은 신학적으로 또한 목회적으로 당황했다. 사람들의 서늘한 눈초리에 주눅이 들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진정한 예배와 교회에 대한 진지한 묵상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에서 참된 예배자는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을 찾는 자라고 말씀한다.(요 4: 20~25) 하나님이 찾으시는 것은 '예배'라는 형식보다 '예배자'에 있다는 말이다.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은 바로 이 중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역으로 온라인 교회의 위험 역시 이런 중심의 함몰로 인한 실용주의와 상업주의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예배당에서 임재하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교회가 수행하는 예배와 성도의 교재는 공간을 넘어 하나님과 신자간의 신실한 만남을 통해 가능하다. 이런 전제 속에 우리 시대 교회는 익숙한 형식을 넘어 늘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따라 창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윤영훈 교수/성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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