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점을 아세요?

용서점을 아세요?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의 저자 박용희 씨가 운영하는 용서점 이야기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7월 20일(월) 07:28
"뭐지?"

간판도 없다. 새 책보다 헌 책이 더 많고 요즘 핫 플레이스처럼 인증샷을 찍을 만한 특별한 인테리어도 없다.

그런데 이 곳을 사람들이 찾는다. "경기도 광주에서도 오셨어요" 주인장이 말했다. "네에?"

'역곡역에서 내려서 쭉 직진. 조 아저씨 빵집을 끼고 우회전해서 과일집 맞은편'

용서점 대표이자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꿈꾸는인생 펴냄)의 저자 박용희 씨(어울림교회)가 알려준 '용서점' 찾아가는 길이다.

용서점에서는 모두 닉네임을 쓰는데 대표인 박용희 씨는'용'님으로 불린다.

그는 이 곳을 "평범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특별하지 않은 공간"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머물고 모임을 갖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용서점'은 '큐레이팅'하는 작은 동네 책방이다. 적어도 이 공간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곳에서는 매주 혹은 격주로 모임이 열린다. '써용' '봐용' '필사' '심화모임'(드로잉, 글쓰기)까지 10여 개의 모임이 이어지고 있고 70여 명이 함께 한다. 멤버는 역곡주민부터 부천, 서울과 심지어 지방까지 다양하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모임이 서점 대표가 아니라 책방 '손님'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하나 둘 단골손님이 늘어나고 이들과 가벼운 대화가 계기가 되어 독서모임이 시작됐다. 8명이었고 멤버 전원이 동네 이웃이었다. 그러다 누군가 "오전에도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북모닝'이 생겨났다. "당시 어머니 간병으로 서점 오픈 시간이 오후 5시였다"는 용희 씨는 기꺼이 그들에게 열쇠를 넘겼다. 오전 10시에 모여 12시까지 독서모임을 갖고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모임인데 주인장이 출근하는 시간까지 서점을 지키며 책을 팔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인스타 등 SNS에서 서점을 홍보하며 입소문을 냈다.

"용서점에서 글쓰기 모임은 없어요?" 수요일 '써용' 모임도 이렇게 시작됐다. 용희 씨는 "만들면 하실래요?"라고 응답했고 처음 3명의 멤버로 시작한 모임은 7명이 되었고 다른 모임도 개설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져 지금의 모임까지 이르게 됐다. 모든 모임은 무료였지만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기초회비'를 만들어 1만원 씩 걷기 시작했고 이후 만들어진(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된 상태) 심화모임으로 작지만 '의도하지 않은' 수익구조로까지 발전됐다.

사실 용서점의 모임이 이렇게나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위로와 따뜻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골목에 어둠이 내리면 집으로 향하던 이들이 하나 둘 문을 열고 서점에 들어선다. 아무나 빈자리에 앉아 하루의 애환을 토로하면 함께 격려하고 위로를 나눈다. 영화 '심야식당'에서는 음식을 나누지만 '용서점'에서는 저마다의 인생을 나눈다. "해 봄이랑 달 보러 나왔다가 책방삼촌 보러 가자고 나왔어요" 용서점 모임 멤버인 '살구'님이 경력을 살려 다시 일을 시작했을 무렵, 늦은 밤 아이와 함께 서점 문을 열었을 때 용님은 말없이 "해봄아 삼촌이랑 달 구경하러 가자"며 아이를 목마 태워 나간다. 그러면 살구님은 짧지만 30분 동안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찾게 된다. 이 곳은 그녀에게 작은 '쉼'이 되었다.

'사람 냄새 나는' 동네책방의 작은 모임들이 활동영역을 넓혀가면서 급기야 '지역과 함께하는' 콜라보까지 진행하게 됐다. 모임의 활성화로 공간이 필요했고 지역의 작은 도서관과 연계했다. 플리마켓을 진행하기도 하고 인디가수 공연, 지역 카페와 커피 번개를 열기도 했다. '여럿이 함께 일할 때 우러나오는 힘'을 운김이라고 한다. 작은 동네 책방의 '운김'은 혼자가 편한 세상에서 지역과 함께 지역과 상생하며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용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책을 큐레이팅 하지만 힘을 빼고 최대한 말을 아끼는 주인장과 상황과 사정은 서로 다르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쉬고 웃을 수 있는 곳. 온갖 조건으로 경계를 만들고 끼리 끼리 모여 견고한 성을 유지하는 이 세상에서 울타리 없는 공간으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이 곳이 이렇게나 유명세를 타고 있나보다.

"용서점 근처에서 살고 싶어요!"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이 자리에서 오래 버티고 싶어요. 어린 아이들과 같이 자라가고 이웃들과 함께 나이 먹으면서 삶의 한 사이클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역곡동 용서점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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