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십자가 수난

그림으로 읽는 십자가 수난

[ 기독미술산책 ] 십자가를 지고가시는 예수님, 심재국 작가

유미형 작가
2020년 03월 04일(수) 10:00
십자가를 지고가시는 예수님 116x91.0cm Acrylic on canvas, 2019
심재국은 화가이면서 동시에 목사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화가목사 가운데 일인(一人)이다. 대부분의 화가목사는 종교미감을 주제로 작품화 하는 경향이 있다. 그의 예술세계도 성서를 근거로 십자가 사건을 빈번하게 다루며 대중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밀도 있는 작업을 한다.

화면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십자가 형태의 변형 캔버스 위에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그려 넣은 작품이다. 통상 이런 작품을 우리는 성화 혹은 종교화라고 분류한다. 성화란 좁은 의미로 본다면 성경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기독교적 가르침을 목적으로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려낸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 집중한 무게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데, 종교성 내용을 사실주의의 화풍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화면은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고뇌하시는 모습이 마치 영화 장면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므로 낯익은 장면이지만 이례적인 것은 보통의 작품에서 보다 훨씬 커 보이는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의 죄성을 넌지시 고발하는 것 같아 보인다. 화면에서 예수님 바로 뒤에 있는 로마 병사는 작가 자신이라고 고백하는 그다. 작업 기간 내내 그 병사를 통해 자신의 죄를 바라보며 작업했다고 한다. '그들이 예수를 맡으매 예수께서 자기의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히브리말로 골고다)이라 하는 곳에 나가시니'(요 19:17) '또 백성과 및 그를 위하여 가슴을 치며 슬피 우는 여자의 큰 무리가 따라오는지라'(눅 23:27)라는 성경의 십자가 수난 장면을 그림으로 읽는 말씀이다. 이처럼 그에게 예술이란 복음을 증언하는 도구이며 장치이다.

그는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에서 성장하며 자연스레 대를 잇는 목회자가 되었다. 13세 즈음 꿈을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신비한 체험을 했는데, 꿈속에서 자신이 목사가 되는 환상을 보고 '언젠가는 목사가 되겠구나'라며 어린 마음에도 어렴풋하게 짐작을 했다고 고백한다. 후기인상파의 빈센트 빌럼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는 일반적으로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인데 그의 집안도 목회자 집안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심재국은 어려서부터 그림신동이라 불리며 미술대학에 진학했으나 미대 졸업 후 20년간 주님을 떠났다가 돌아와 "주님은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빼앗고, 하늘의 깨끗한 것들을 선물로 주셨다"라고 고백한다. 지금은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이란 예수 그리스도께서 겪은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있는 절기이다. 종려나무의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긋는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금식과 절제, 구제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 심재국의 '십자가를 지고가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 형벌을 감당하신 주님을 묵상하며 자신의 죄를 되짚어 보고 깊은 참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성도의 옳은 도리일 것이다.



심재국 작가는

중앙대학교 회화과 서양화 전공, 리버티대학교 신학대학원 목회학 전공

개인전 11회, 퍼포먼스 12회, 단체전 20여회

목회 경력/캄보디아 시아눅빌 라이프대학교 교목 및 신학과 강의, 한인 예배부 담임 역임

수상/ 리버티대학교 전도상, 세계평화미술대전 서양화부분 특선,

2019 대한민국기독교 미술대전 서양화 부분 특선



유미형 작가/기독미술 평론,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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