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세습'과 소외된 여성

'기회의 세습'과 소외된 여성

[ 주간논단 ]

김명실 교수
2019년 10월 16일(수) 09:26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나 상류층 자녀들이 부모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혜택들을 너무 쉽게 누릴 때에 다수의 국민들이 상실감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이 '기회의 세습'이 어떤 이에게는 반영구적인 '기회의 절벽'으로 남게 됨을 수없이 학습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대형교회의 목회지대물림도 바로 이 '기회의 세습'의 관점에서 논쟁이 되는 것이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기회의 세습'을 행하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보다 적극적인 '기회의 균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 전략을 제시하는 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즉 단순히 누구 혹 무엇에 반대하는(against) 것을 넘어서, 그 운동의 지향하는(toward) 바를 가리켜야 보다 설득적이고 지속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의 세습'과 관련하여 우리 교단 여성총대의 문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104회 총회 둘째 날 저녁, 총회에 방문한 해외인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다. 마침 내 앞에 EMS의 총무 뉴만 박사가 앉았다. 내가 우리 총회에 처음 방문한 소감을 물었을 때, 그녀의 첫 마디는 'unreal(비현실적)!'이었다. 총회에 들어서자 중년 남성들만 있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교회의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총대들이라는 것이다. 104회 총대 1500명 중에 26명(목사 7명, 장로 19명), 고작 1.7%만으로는 여성총대의 존재를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음날 나는 몇 몇의 총대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답은 경쟁력을 갖춘 여성목회자들이 부족하기에 노회에서 투표로 뽑으면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마치 공정한 경쟁에 의한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보다 실력을 키워 알아서 스스로 뚫고 나오라는 말로도 들렸다.

나는 바로 이러한 시각을 문제 삼고자 한다. 현재 우리 교단의 여성목회자는 이미 2614명(2019년 5월 기준)이나 존재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지역교회, 기관, 선교지 등에서 활발히 사역하고 있다. 물론 100년을 훨씬 넘긴 남성목회의 역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여성목회의 역사는 짧고 그 질과 양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이 100년의 차이를 여성들 스스로의 노력과 자질로만 좁히라며 아무런 지원과 지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남성총대들의 부끄러움이 될 수 있다. 여성안수 통과 25주년이 되도록, 길만 열어두었지 총회와 노회차원의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정책과 제도가 거의 부재했다는 것은 여성목회자의 부끄러움이기보다는 분명 '기회의 세습'을 반복해온 남성들의 부끄러움이다.

현재 여러 노회의 여성목회자들이 밖으로는 정책의 변화를, 안으로는 스스로의 자질향상을 위해 친교와 교육을 포함하는 활발한 모임들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만의 노력에만 맡긴다면, 오늘날 남성들이 누리는 많은 기회들을 접하기까지 어쩌면 그들에게는 1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리스도와 정신에 입각한 총회와 노회의 확고한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만이 하나님의 공의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이 장애인, 청년, 다문화인의 참여의 기회에도 반영되어, 우리 교단이 "세습"의 오명을 벗고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좇아 보다 포용적인 교단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명실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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