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불행, 미래의 삶

과거의 불행, 미래의 삶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9년 09월 13일(금) 10:00
사람들은 흔히 과거의 불행을 쉽게 잊지 못한다. 과거에 겪은 불행한 사건이 그 사람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건 사고로 불구가 된 이들은 평생 장애의 고통을 지고 살아간다. 중도실명자가 겪는 상실의 절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폐결핵과 같이 큰 질병을 앓은 이는 질병의 흔적을 안고 살 수밖에 없고, 연약한 신체기능 때문에 종종 고통을 겪는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사람이나,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은 겪지 않은 사람은 짐작조차 못한다. 그만큼 과거의 불행이 남긴 그림자가 짙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행한 과거를 딛고 일어선 휴먼 스토리를 귀하게 여긴다. 헬렌 애덤스 켈러(Helen Adams Keller)는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의 이중고를 극복했다. 생후 19개월 후에 성홍열과 뇌막염에 걸려서 위와 뇌에서 급성 출혈 증세를 보였다. 병은 곧 나았으나 시각과 청각 기능을 잃었다. 가정 요리사의 6살 난 딸인 마르타 위싱턴이 헬렌의 수화를 알아듣고 헬렌의 대화상대가 되었다. 덕분에 헬렌은 7살이 되었을 때 60개 가량 수화를 사용하게 되었다. 겨우 간단한 의사소통만 할 뿐이었다.

헬렌의 어머니 케이트 캘러는 만족하지 않았다. 헬렌이 6살 되던 해에 눈, 귀, 코, 목 전문가인 J. 줄리언 치솜에게 딸을 보냈다. 줄리언은 헬렌의 가족에게 청각 장애인을 돌보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을 소개했고, 알렉산더는 시청각 장애인 로라 브릿맨이 교육을 받은 펄킨스 시각 장애 학교를 소개했다. 그 학교 교장인 마이클 아나가노스가 학교 졸업생 앤 설리번을 소개했다.

앤 설리번은 시력 감퇴로 인해서 시각 장애학교를 다녔다. 먼 길을 돌았지만, 헬렌과 앤의 49년간 이어진 인연이 맺어졌다. 앤은 헬렌의 가정교사가 되고 평생 동반자로 헬렌의 곁을 지켰다. 덕분에 헬렌은 시각 청각 중복 장애인 중에서 최초로 인문계 학사학위를 받았고, 작가 교육자 사회운동가로 보람있는 삶을 살았다. 영화 "미라클 워커"가 두 사람의 만남과 헬렌의 장애 극복의 감동을 전해서 헬렌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헬렌 켈러의 스토리가 감동을 주는 것은 과거의 불행을 이긴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사람들은 과거의 불행에 매몰되어 미래의 운명을 쉽게 포기한다. 한 번 원수를 맺은 국가가 관계를 개선하기는 만만치 않게 어렵다. 영원한 숙적으로 남아서 끝없는 경쟁을 계속하기 마련이다. 원자폭탄을 사용하는 인류멸절의 시대에 총칼을 쓰지 못하니 스포츠로 맞붙어 싸운다. 가까운 나라끼리 주고받은 원한에 끝없이 이어진다.

한 나라 안에서도 과거의 원한을 잊지 못해서 쉽게 미래의 희망을 내던진다. 계급과 계층을 갈라서 정치적으로 극한 대립을 계속한다. EU 탈퇴를 둘러싼 영국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의 견해 차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일간의 갈등도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일본 아베 정부가 태평양전쟁에 강제로 징용에 동원된 이들의 피해배상을 거부한 것이 시작이다. 전쟁위안부에 대해서도 사과는커녕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 2016년 6월 1일에 중국인 3,765명의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사과와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한 미쓰비시 중공업도 한국인에게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불행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은 회개와 죄사함의 감동으로 세상을 이겨야 한다. 정의를 세우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화해를 이루어야 한다. 곧 제104회 총회를 맞는다. 지난날의 시시비비를 넘어서 반전의 미학이 넘치는 총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보이거나 만질 수 없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는 헬렌 켈러의 명언처럼 하늘의 감동을 충만하게 담고 돌아가는 성총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