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국가 미얀마에 뿌리 내린 기아대책 아동개발프로그램(CDP)

불교 국가 미얀마에 뿌리 내린 기아대책 아동개발프로그램(CDP)

[ 떡과 복음 캠페인 ] 복음의 씨앗 뿌리며 미얀마의 작은 변화 이끌어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8월 26일(월) 08:12
【 미얀마=임성국 기자】비 바람을 뚫고 도착한 미얀마 양곤. 쉴새 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우기를 맞아 물 마를 날 없었던 덥고 습한 기후는 예상대로 가슴 깊은 곳부터 발끝까지 요동친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던 순간, 빗줄기는 또 다시 쏟아진다. 그런 기후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미얀마 사람들은 오히려 활기가 넘쳤다. 전통 의상 '론지'를 입고 맨발로 걸으며, 천연화장품 '타나카'를 바른 얼굴의 미소 또한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온순한 민족성을 연출하기에 충분했다.

풍부한 자원을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미얀마는 국민의 20% 이상이 빈곤층이다. 1인당 GDP는 1200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이며 복음이 절실한 불교 국가이다. 군부독재의 잔재 탓일까. '가난'에서 탈출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양곤 시내를 주행 중인 한국산 중고 버스까지 목격하니 과거 가난한 한국으로 회귀한 듯한 느낌이었다.

굶주리고 소외된 이웃의 영적, 육체적 자립을 돕는 것이 우리의 소명 아닌가. 풍요의 땅으로 거듭나기 전 부족함을 경험했기에 불심(佛心)에 의지해 가난조차 숙명으로 여기는 타국의 이웃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세상의 영적, 육체적 굶주림이 종식될 때까지 우리의 마음과 물질을 모아야 할 이유를 바로 이곳 미얀마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본보와 기아대책이 생명을 살리는 일과 복음을 전하는 '떡과 복음' 캠페인을 전개 중인 가운데 신양교회(정해우 목사 시무) 창립 55주년을 기념한 '한 생명 살리기, 미얀마 비전트립'이 지난 12~ 19일 미얀마에서 진행됐다. 휴가 대신 선교지 방문을 택한 정해우 목사 부부, 기아대책 박재범 총괄부문장과 함께 기아대책의 아동개발프로그램(CDP-CHilD DEVELOPMENT PROGRAM)에 참여한 미얀마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달려온 길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길이었다.



#뼛속까지 뿌리내린 불교 국가에서 진행된 기아대책 CDP사역.

미얀마 양곤에 선교센터를 세운 한충렬, 나현선 부부 기대봉사단(떡과 복음을 전하는 기아대책 선교사)이 비전트립 일행을 맞이했다. 양곤에서 차로 1시간 40분 가량 비좁은 도로를 달려 CDP사역지 쌋산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마을로 향하는 길은 오직 한 길, 하지만 밤새 비가 내려 진흙탕이다. 마을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오토바이를 타야 쌋산 유치원까지 이를 수 있었다. 오토바이 뒷좌석은 마을주민이 손님을 환영하는 최고의 예우였다.

20분을 달려 한충렬 기대봉사단과 기아대책의 협력으로 11년 전 설립된 CDP센터, 쌋산 유치원에 도착했다. 갈 곳 없던 미얀마 버마족이 형성한 마을의 유치원은 유아들을 돌보고 교육하며, 초등학생의 방과후교실 등으로 활용 중인 마을의 가장 중요한 교육 시설이었다.

"밍글라바(안녕하세요)." 유치원생과 교사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양 볼에 타나카를 곱게 바른 아이들은 영어 동요를 부르며 율동까지 했다. 생일을 맞이한 아이 두 명의 생일파티도 진행됐다. 생전 처음 맛본 케이크에 당황하는 눈초리가 여실했다. 정해우 목사 부부는 준비한 간식과 과자 선물을 아이들에게 나눴다. 쉽게 맛볼 수 없어서인지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간식을 나누던 정 목사는 "어려운 선교 현장에서 하나님이 기대봉사단을 통해 일하시는 모습에 은혜가 크고, 기대봉사단의 열정적인 CDP사역도 감동"이라며 "불교 국가에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문화충돌을 피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은 미래의 리더를 세우는 일이다. 미얀마 아이들의 생명이 달린 이 사역이 미얀마에 가장 필요한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임을 확신한다"고 감사했다.

아이들의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됐다. 정해우 목사 부부가 교사들과 배식 봉사를 했다. 쌀밥과 고기, 밑반찬과 사과가 담긴 식판 앞에 둘러앉은 아이들과의 식사 교제는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충렬 기대봉사단은 "쌋산 마을은 10여 년 전 미얀마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쌋산 CDP센터인 유치원, 교육사업을 통해서 가정이 회복되고 지역 사회가 변화되는 많은 변화를 낳고 있다"며 "기아대책이 어린이와 가정을 섬기면서 하나님 나라가 이곳에 임하고 계심을 주민들과 함께 체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가난한 마을의 변화 이끈 CDP사역

기아대책 아동개발프로그램 사역을 통해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 환경에 변화가 일면서 학부모와 마을 공동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아동프로그램 결연 아동이 900여 명에 이르렀고, 쌋산은 인근 마을 중 인구 유입이 가장 많아졌다. 더욱이 마을 발전위원회, CDP학부모회가 조직되면서 아이들의 교육을 공동으로 고민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한 발 더 나가 마을 발전을 모색하던 주민들은 정부에 수차례 제안 끝에 마을을 잇는 도로 건설을 이끌었고, 최근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이면 암흑과 같았던 마을에 빛을 선물했다.

아동개발프로그램 사역으로 촉발된 쌋산의 변화는 인근 따지 마을 등 6 곳으로 확산됐다. 특히 따지 마을에 새롭게 들어선 유치원을 중심으로 교육, 보건 등과 같은 정보를 공유하며 인근 마을의 자립을 돕는 역할까지 감당하고 있었다.

한충렬 기대봉사단은 "미얀마에서 진행되는 기아대책의 아동개발프로그램 사역은 기독교인이 아닌 불교도와 함께 해야 한다. 양보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더딜 수 있고 돌아가야 한다"며 "인간의 필요와 하나님의 요구가 만나 결합하는 것이 NGO선교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 사역은 지역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사회성도 갖추게 된다. 그래서 복음과 실제 사역을 위한 아동개발프로그램은 미얀마에서 참 중요하다"며 기아대책 사역을 위한 한국교회의 기도와 사랑을 요청했다.

쌋산 마을에서 이웃 따지 마을로 가는 길도 험난했다.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개조한 트럭을 타고 비포장 길을 30분은 달려야 했다. 따지 마을 유치원에도 30여 명의 원생이 음악 수업 중이었다. 쉬는 시간 정해우 목사 부부는 준비한 과자 선물을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학부모들도 "기아대책과 신양교회에 고맙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따지 유치원 또한 CDP를 통해 가정과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일행은 CDP사역과 연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아동들의 '가정 방문'도 진행했다. 기독교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양파 껍질을 벗기듯 인내를 통한 작은 섬김은 복음의 씨앗으로 마을 안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기아대책 사역에 감동을 받은 정해우 목사는 마을 가게에서 쌀을 구입해 아동프로그램개발 참여하는 쑤떼인(6학년), 슐례쬬(4학년) 등 세 가정을 방문해 지원금과 함께 전달하며 가정과 마을의 변화, 복음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한국교회의 기도와 후원으로 샷산 마을의 사역이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 박재범 총괄부문장은 "기아대책은 마을 공동체를 자립하도록 도와 타지역에 영향을 끼치고 서로 상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한다"며 "한국 기아대책 설립 30주년을 맞이해 미얀마 쌋산 센터의 사역이 큰 열매를 맺고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충렬 기대봉사단은 변덕쟁이 기후 탓에 금세 노후한 썃산 유치원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유치원을 졸업한 아동들이 초등학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독교 사립 중·고등학교 설립도 계획 중이다. 미얀마 작은 마을에 한국교회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이다.



#정해우 목사 인터뷰

"미얀마 땅에 예수님의 사람이 더 많이 세워지고, 하나님의 통치가 회복되고 예배하는 자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신양교회 창립 55주년을 기념해 본보와 기아대책 '한 생명 살리기' 캠페인, '미얀마 비전트립'에 함께한 정해우 목사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데 신양교회가 더욱 쓰임 받으면 좋겠다"며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세우는 기아대책의 아동개발프로그램(CDP) 사역이 우리 교회의 비전과 일맥상통한다. 기아대책과 더 많은 비전을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 목사는 이번 미얀마 선교지 방문에서 큰 희망을 발견했다고 했다. 외부적으로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과거 군부독재의 잔재가 남아있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불교국가이기 때문에 선교의 문이 막혀 있으리라 판단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고 했다.

그는 "기아대책의 아동개발프로그램 사역이 도구가 돼 NGO선교가 마을 안에 정착하고, 우리 교단 선교사들의 선교 전략을 통해 심어진 복음의 뜨거운 열기는 이제 미얀마에 복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음을 확신하게 했다"며 "미얀마 땅에 주의 나라가 임하길 바란다. 찬양의 소리가 미얀마 마을 곳곳에서 울려 퍼지길 신양교회가 더욱 기도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파리가 들끓고 냄새가 나는 움막 같은 미얀마 가정 집을 방문했던 썃산 마을의 선교 일정을 떠올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정 목사는 "특별히 떡과 복음을 통해 진행되는 기아대책의 NGO 사역은 타 문화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교의 도구"라며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통해 신양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정 목사는 척박한 미얀마 땅에서 자신의 전부를 드리며 선교사역을 펼치는 수많은 기대봉사단을 위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복음이 절실한 미얀마 땅에서 주님만 바라보며 묵묵히 가난의 길을 걷는 기대봉사단들의 헌신에 존경을 표한다. 분명히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이라며 "그들의 헌신 된 삶을 통해 도전을 받았다. 선교의 지경이 더욱 넓어지도록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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