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중국 위협론

현실화되는 중국 위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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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환 교수
2019년 07월 31일(수) 10:00
지난 1980년대부터 중국의 최고 실력자가 된 등소평(鄧小平)이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면서 대외정책의 기조로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채택하였다. 이는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이 전략은 중국이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국력이 생길 때까지는 강대국들과 충돌을 피하고 침묵을 지키면서, 전술적으로 협력하는 외교정책을 말한다.

등소평의 이 전략은 삼국지에서 유비(劉備)가 자신은 천하 제패에 뜻이 없음을 애써 감추려고 한 그의 처세술인 '도회지계(韜晦之計)'에서 나왔다. 천하를 얻기까지 자신의 재능이나 큰 뜻을 숨겨 주위로부터 견제나 시기를 막고 속으로 실력을 키운 유비의 처세술이자 계략이다.

유비가 '도회지계'로 때를 기다렸듯이, 등소평의 '도광양회' 전략을 지난 20여 년 추진한 결과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G2 국가로 급부상하였다.

개혁·개방 정책의 성공적 추진으로 내실을 다진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도광양회 정책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제 사회에서 G2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하기 위해 대외정책의 방향을 국제 평화에 '우뚝 솟게' 기여한다는 뜻에 '화평굴기(和平屈起)'로 전환했다.

유비가 '도회지계'로 '천하삼분지계'를 이룩할 수 있었듯이, 1980년대 도광양회를 통한 개혁, 개방의 성공으로 내실을 다진 결과 후진국에서 벗어나 이제 경제대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져 오늘날 화평굴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최근 시진핑은 현대판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 '중국의 꿈(中國夢)'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미 국제적으로 정치, 경제, 군사력 등의 위상을 바탕으로 중국 위협론이 대두되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 국가로 보고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상태다.

중국의 팽창세로 동남중국해, 대만해협 등 동아시아 곳곳에 격랑이 일고 있다. 한·중·일 등 역내 국가간 역사, 민족주의, 영토 문제에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히며 원래부터 분쟁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최근 미·중 패권갈등이 더해져 동아시아 곳곳에서 군사적 마찰이 일고 있다.

몇 년 전 중국의 소위 전승(戰勝) 7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보여준 군사 열병식은 단순히 화평굴기를 뛰어넘어 군사대국의 변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주변국 뿐만 아니라 세계로부터 경계심을 유발한 '병영굴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의 9.3 전승행사는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면서 '지상 최대 군사쇼'를 펼친 '대국굴기' 기념쇼였다.

이제 중국 위협론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최근 우리의 샤드 배치 보복,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광고판 철거,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등 황당한 공격을 보인 각종 보복성 횡포는 대국 답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화평굴기라는 대외 정책과도 상치되고 있다.

2년 전, 시진핑과 트럼프 회담에서 시진핑은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했을 때, 우리는 '저 요동 땅은 본래 우리의 것이었다'고 트럼프에게 왜 말 못했는가.

우리의 대중국 정책도 여러 면에서 새로운 정립이 요구되는 시점에 온 것 같다. 세계는 힘의 논리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을 주변에 두고 있는 우리는 굳건한 미·일 동맹 하에 우리 스스로 힘을 키워 부국강병하지 못하면 중국 위협론이 현실화되어 시진핑의 말이 '과거가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이규환 교수/ 전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및 정경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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