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교육 황폐한 일반고로 전환하라고?

신앙교육 황폐한 일반고로 전환하라고?

배재·신일·이대부고·안산동산고 등 자사고 재지정 취소 잇따라…기독자사고, 건학이념 따른 교육 '적신호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9년 07월 15일(월) 08:27
기독자사고인 대광고등학교의 세족식. /한국기독공보 DB
기독 자사고들의 건학 이념 지키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전국 교육청들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가 잇따르면서, 건학 이념에 따른 교육을 하고자 자사고를 선택했던 기독사학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평가대상 13개교 중 재지정 취소 절차를 밟기 시작한 자사고는 8개교다. 탈락한 8개교 중 기독교학교연맹에 가입해 있는 곳은 배재고, 신일고, 이대부고 등 세 곳이다. 대성고는 지난해 지정 취소돼 일반고로 전환했다. 안산동산고도 최근 경기도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다.

이번 서울시교육청 평가에서 기독사학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학교는 이화여고이며, 대광고는 내년에 평가가 예정돼 있다.

자사고는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에 있어 일반사립고보다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받는 학교로 출발했다. 고등학교 평준화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1년 자립형사립고로 도입됐다가, 교육과정 운영을 다양화해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2010년 확대·발전해 자율형사립고가 됐다. 일부 기독사학들은 종교교육의 최소한의 자율성을 갖기 위해 자사고로 전환했지만, 그나마도 2015교육개정 이후로는 교과편성에 대한 자율성은 제한되고 학생선발권만 남은 상태였다.

대광고등학교 김철경 교장은 "일반고로 전환되면 일부 지원해 추첨으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40% 정도가 무작위로 배정될 수 있다"고 말하고, "배정돼서 온 학생과 지원해서 온 학생의 자존감이 틀려지고, 건학이념대로 교육을 안받겠다며 반발감이 심해질 수도 있다"며 제2의 강의석 사태를 우려했다. 당시 강의석 사태는 종교교육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와의 충돌이었다. 결국 대법원에서 종교선택의 자유를 중요시 여겨 학교라는 공적 영역에서 특정 종교 교육, 선교 등을 할 수 없게 했다.

김 교장은 "서울형 자사고는 내신으로 선발하는 것도 아니고, 추천 내지는 '깜깜이 면접'으로 학생들을 선발할 뿐인데, 일부 사학의 병폐를 가지고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학들까지 점점 옥죄어 간다"고 개탄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문제는 수직적인 서열화인데, 수평적인 다양성으로 갈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자사고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원래 취지를 제대로 못살린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계도적 책임의 상당부분이 국가에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원래 취지대로 잘 정착되도록 디자인하고, 계도해서 다양성이 있는 교육이 구현돼야 하는데, 현 상황의 모든 책임을 학교에게만 돌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립학교의 존립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 박 교수는 "정부로부터 95% 이상 재정지원을 받는 일반고는 건학정신을 못 지키고 있다. 채플이나 성경교과를 제대로 못 가르치고, 그나마 종교학적인 것을 복수로 가르치는 형편"이라며, "건학이념 대로 교육할 수 없는 사립학교의 현실 속에서 기독 자사고의 재지정 취소에 대해 그 심각성을 교계가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기독 자사고 폐지만이 대안인가        |  2019.07.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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