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의 퇴진, 리더십 변화 요구

재벌총수의 퇴진, 리더십 변화 요구

지도자의 비도덕적 행태, 기업가치 훼손으로 판단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9년 04월 01일(월) 12:09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땅콩 회항', '물컵 갑질',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샀던 한진그룹 오너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20년 만에 내려오게 됐다. '재벌'이라 불리는 국내 기업만의 폐쇄적인 지배구조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평가되는 만큼, 이에 대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 안건이 지난 3월 27일 제57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찬성 64.0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사내 이사 선임은 참석 주주 3분의 2이상(66.67%)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 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은 지분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외국인 주주(20.5%) 소액주주(34.5) 일부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는 오너 일가의 비도덕적 행태에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지난해 차녀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물컵 갑질' 등으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지 20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벌 총수가 주주총회 표결을 통해 주주들에게 퇴출된 것은 처음이고, 재벌 총수 중심의 경영행태와 회장 대주주 등 개인이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오너리스크'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또 대한항공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7%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흑자를 낸 상황이라 실적이 좋아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주주가 이사직을 잃을 수 있다는 선례가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최근 교회 내 재정 비리, 비자금 의혹, 목회자의 성 스캔들 등이 언론에서 다뤄지며 이에 따른 원인으로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수차례 지적됐다.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는 만큼 교회도 사회 변화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같은 사회 변화와 관련해 한국교회 안에서 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는 이와 비슷한 교계의 변화로 원로예우금과 전별금을 사례로 꼽았다. 조 교수는 "최근 목회자 은퇴시 원로예우금 지급이나 문제를 일으키고 떠나는 목회자에게 전별금을 주는 것에 대해 젊은 성도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과거 목회자가 전 재산을 헌납하고 교회가 노후를 책임져주던 암묵적인 경향이 분리되면서 오너십의 변화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지도자의 비도덕적 행위가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기업보다 교회가 더욱 직접적"이라며, "하지만 교인이 줄고 교회가 침체되어도 목회자가 버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교회의 오너십이 한 사람의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 조 교수는 교회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강조했다. 그는 "교회 내 분쟁이 목회자와 당회만의 대치로 교인들이 소외되곤 하는데 이것이 열려서 합리적인 사고가 다수 가운데서 이뤄져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상식이라 불리는 합리적인 과정들이 교회에서 동일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젊은층이 교회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종훈 교수(연세대학교 기독교윤리학)는 기업의 주인을 기업주가 아닌 사회로 보았다. 정 교수는 "기업 운영은 개인의 재산 증식 즉 사적 이익의 추구가 아니라 사회의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교회도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닌 하나님이 주인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사회는 오히려 이러한 부분이 정화되고 있는데 교회는 여전히 반복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교회가 사회의 상식조차도 '은혜'라는 미명하에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인다면 사회로부터 질타를 당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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