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사랑한다"

"아픈 만큼 사랑한다"

오는 4월 3일 '필리핀의 슈바이처' 故 박누가 선교사의 삶 담아낸 휴먼 다큐멘터리 개봉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3월 29일(금) 10:59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오지를 찾아가 무료로 필리핀 현지인들을 치료했던 박누가 선교사의 모습.
"이 시간까지 살아 숨쉬는 것만 해도 참으로 감사합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라는 뜻인 줄 믿습니다. 아픈 만큼 사랑하게 하고 아니 아플수록 더 사랑하게 하소서. 이 무거운 발걸음이 가벼운 발걸음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 만나게 하옵소서"

어찌보면 참 바보 같은 사람이다. 위암 말기 시한부 판정. 차오르는 복수. 당장 내일의 생사도 알 수 없으면서 그는 필리핀 오지를 누비며 청진기를 꺼내들었다. "내가 아파보니까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겠더라고." 그게 이유다.

'필리핀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한국인 의사 故 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담아낸 휴먼 다큐멘터리 '아픈 만큼 사랑한다'(감독:임준현)가 오는 3일 개봉한다.

배우 추상미 씨가 나레이션으로 참여한 영화는 지난 2012년과 2016년 두차례 KBS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된 박누가 선교사의 마지막 이야기와 그 이후 2년 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죽음을 초연히 받아들이고 묵묵히 의료 봉사를 이어가면서도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더 많다"고 아쉬워하는 그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의대시절 동남아 오지 의료 봉사를 계기로 1989년부터 30여 년 간 필리핀에서 의료선교를 펼친 박누가 선교사는 오래된 버스를 의료버스로 개조해 필리핀 오지부터 도시의 빈민가, 반군 지역까지 가리지 않고 환자를 찾아나섰다. 마닐라 파라냐케에서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지인들을 섬기기 위해 누가선교병원을 열고 무료진료를 해왔으며 새순누가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과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장티푸스부터 콜레라 이질 뎅기열 간염 등 10가지가 넘는 질병에 걸려 생사를 오간적도 수십번이다. 1992년 췌장암 수술에 이어 2004년 위암 말기 수술, 2009년에는 간경화와 당뇨 진단을 받기도 했다. 결국 2016년 위암이 재발하면서 또 다시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오지에서의 의료 선교를 멈추지 않았다.

"죽으면 천국이고 살면 필리핀"이라고 입버릇 처럼 말하던 박 선교사는 투병중에도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헐벗은 이들과 입을 것을 나누며 아픈 이들은 치료하면서 결국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 "필리핀에 더이상 나같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남긴 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원작 KBS 인간극장 '백발의 연인' 편을 비롯해 약 2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임준현 감독은 "한 명의 선교사, 외과의사, 그리고 목회자로서 불꽃같이 살다 간 고 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면서 "봉사와 헌신의 삶이 얼마나 고귀한지를 몸소 보여준 박 선교사의 삶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숙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