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지쳐가는 농어촌교회

점점 더 지쳐가는 농어촌교회

[ 목양칼럼 ] 이진 목사3

이진 목사
2019년 03월 22일(금) 11:15
120명의 농활팀을 감당하는 농촌교회는 거의 없겠지만, 올해도 '농활'이라는 말을 듣고 얼른 그러자고 대답했다. 예배당, 경로당, 마을회관, 면사무소, 주민센터, 식당을 활용하면 숙소는 해결 되지만, 이번 팀은 청소년들이라 마을 주민들에게 불변을 줄까봐 불안하다.

필자는 이곳에 부임했을 때부터 만 4년 동안 공부방, 현장학습, 악기 및 컴퓨터 교실을 매일 열면서, 주민들이 교회를 싫어하건 말건, 미용봉사, 치과봉사, 침술선교, 어르신 문해교실, 축호전도, 일손돕기, 해수욕장 청소 등을 계속해 왔다. 물론 도시교회들의 수고와 도움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목회자 생활비 평준화 정책으로 협력 교회들과 거리가 생기면서 지금은 관계까지 끊어져 마을은 다시 적막해졌다. 그러던 중 한 도시교회에서 의료 및 미용봉사와 경로잔치를 지원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는데 필자는 극구 사양해야만 했다.

부임 초에 다른 교회의 도움으로 200명 규모의 경로잔치를 준비했는데 어르신들은 "우덜이 뭐하러 가!" 다들 손사래를 쳤고, 결국 딱 한 분 오셔서 난감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곡한 요청에 더는 사양할 수 없게 돼, 정성껏 초청장을 만들어 마을 이장과 노인회장을 찾아 읍소하며 부탁을 드렸다. "편하게 잡수시라고 주민센터 식당에 음식을 준비했으니, 교회에서 한다고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주변 분들과 함께 오세요!"

전날 밤 내내 필자는 잠을 설쳤지만 무심히 날은 밝아왔다. 아직 이른 시간, 우리 마을 이장님이 방송을 시작했다. "아~ 아, 마을 어르신들께 한 말씀 올리것습니다! 우리 마을 장로교회에서 경로잔치를 준비했다고 하오니, 오늘 점심은 다들 주민센터 식당에 와서 맛나게 드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어 이웃 마을에서도 방송이 시작됐고, 4개 부락의 스피커들이 면소재지를 시끄럽게 울려댔다. 예배당에서 기도하던 아내가 놀라 눈시울을 붉히며 뛰어 나왔다.

그날 230명의 어르신이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각 마을에서 기꺼이 와주셨는데 다들 한 마디씩 해 주셨다. "약주가 빠진 게 쬐끔 서운했지만 참말로 고맙습니다!" 다음 해엔 교회당 이전 입당식과 장로장립식을 마을잔치로 열렸고, 필자는 교인들과 최선을 다해 어르신들을 섬겼다. 모두들 진심으로 주민을 생각해주는 마음에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 후 지역선교의 물적 지원은 대부분 중단됐고, 이제는 자가발전 지역선교 구조를 만들려고 도전 중이다. 그러다 찾은 것이 '사회적 협동조합'인데, 역시 맨손 창업으로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진다. 수시로 한없이 지치고 번 아웃 된다. 하지만 우리는 본래 희망하는 용기로 생존하는 철학자 들뢰즈의 '소진된 인간'의 전형, '갈릴리 예수님파'가 아니던가!

이진 목사 / 한마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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