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의 길

기독교학교의 길

[ 주간논단 ]

신광주 장로
2019년 03월 19일(화) 14:37
기독교학교의 지나온 어제의 길은 우리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의 길이었다. 이 길의 시작은 기독교의 선교와 뿌리를 같이 한다. 1885년 미국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와 감리교선교사 아펜젤러는 한국에 발걸음을 딛고 그 첫 선교의 활동으로 교육을 통한 선교를 시작했다. 장로교의 예수교학당(경신학교의 전신)과 감리교의 배재학당이 그것이다. 특히 언더우드는 버려진 고아들에게 먹이고, 치료하고, 가르치는 예수님과 같은 사역을 시작하였고, 이를 통해 새문안교회를 비롯한 수많은 교회들을 이 땅에 세울 초석을 마련하였다.

이후 전국에 교회가 세워짐과 더불어 학교를 함께 세우는 기독교학교운동이 일어나 민족의 어두운 미래를 밝힐 작은 촛불을 준비하게 된다. 100년 전 3.1운동에 전국적으로 830여 개의 기독교학교 학생들이 참여를 하는데, 이는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수치이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도 기독교학교는 하나님의 사랑과 도우심을 가르쳐 민족정신이 잠들지 못하도록 우리를 깨웠다. 하지만 그 역할을 감당하며 기독교학교는 엄청난 고난을 당하게 되는데, 필자가 속한 경신학교는 3.1운동 당시에 '혁명가 양성소'라는 낙인이 찍혀 2년 동안 학교를 운영하지 못하였고, 성경을 가르칠 수 없는 법을 어겨 학교 부지를 빼앗겼고, 신사참배 거부로 말미암아 폐교까지 당했다. 기독교학교들은 이렇게 일제 강점기를 겪어온 이후에도 6.25의 민족적 아픔을 함께 하였고,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교육의 무거운 책임을 오늘까지 짊어지고 예수님 선교와 가르침의 사명을 훌륭히 감당해 왔다.

기독교학교가 서 있는 오늘의 길은 기독교학교를 위한 성숙의 길이다. 오늘의 기독교학교들은 입시교육의 멍에, 성경을 온전히 가르칠 수 없는 족쇄, 기독교사학의 정체성을 흩어버리는 제도적 올무, 그리고 학령인구감소라는 두터운 장벽에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기독교학교들은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기도하고 인내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오래 전 선교사들이 그렇게 했듯이, 일제 강점기 믿음의 선배들이 그렇게 했듯이, 6.25 이후 선각자들이 그러했듯이 기독교학교를 지키며 우리를 통한 하나님의 선교와 교육의 촛불이 절대로 꺼지지 않도록 온 몸으로 비바람을 막고 서 있다. 마치 비온 후 땅이 굳어지고, 풀무로 망치질에 쇠가 강해지듯이 오늘의 기독교학교들은 나날이 성숙의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학교들은 지금의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 땅을 위해 사용하실 정금 같은 도구로 거듭나고 있다.

기독교학교가 걸어갈 내일의 길은 소망의 길이다. 기독교학교는 너무도 귀한 하나님의 선물을 받았다. 그 첫 번째 선물은 '학생'들이다. 기독교학교는 이들의 삶이 되고 미래가 된다. 이들은 기독교학교에서 몸과 마음이 자라고 지식이 자라며 믿음도 자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이들은 인재가 되어 세상으로 나가서 기독교학교의 소중함을 세상에 보여줄 기독교학교 교육의 열매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선물은 '기독교사'이다. 이들은 기독교학교라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한 일꾼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선교적 비전과 소명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들은 기독교학교의 참 보배다. 기독교사는 학생들의 삶의 모범이 되며 신앙적 모델이 된다. 그리고 지식의 가르침과 더불어 하나님을 아는 지혜를 심어주고 육체적 성장과 더불어 영적 성장을 위해 그들에게 맡겨진 양들을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하며 일하는 하나님의 종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있기에 기독교학교는 오늘도 쉬지 않고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세 번째 선물은 '기독학부모'이다. 이들은 기독교학교교육의 소중함을 알기에 기독교학교의 교육적 선택을 존중하고, 이 기독교학교의 교육이 자녀들에게 올바로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기독교학교의 교육을 위한 평가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때로는 학교교육을 위한 협력자로서 기독교학교의 학부모의 올바른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든든한 기독교학교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네 번째 선물은 '교회'이다. 교회는 기독교학교와 함께 세워진 형제이며, 나아가 기독교학교를 품는 모태이고, 기독교학교가 설 토대이다. 기독교학교는 여기에서 선교와 교육을 펼친다. 학생도, 기독교사도, 학부모도 교회를 통해서 기독교학교에 더욱 강하게 연결된다. 이렇게 필요한 힘이 되어 주는 교회가 있기에 기독교학교는 그 힘을 얻어 굳게 선다. 이렇게 교회의 관심과 사랑이 있기에 기독교학교는 세상의 후원과 국가적 지원이 부럽지 않다. 필자가 속한 경신고등학교도 지역교회와 노회의 관심과 사랑이 뜨겁다. 그리고 이 사랑은 학생, 교사, 부모의 마음속에 남고, 교회를 세우시고 이 땅을 새롭게 하시는 힘으로 다시 쓰일 것이다.

오늘 아침도 필자는 기독교학교의 이 길을 웃으며 걸어왔다. 그리고 이 미소와 행복으로 학교의 모든 이들을 만날 것이다.

신광주 장로/경신고등학교 교장·무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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