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자기죽임'의 과정

사순절, '자기죽임'의 과정

[ 사설 ]

한국기독공보
2019년 03월 12일(화) 11:28
우리는 지금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사건을 깊이 묵상하면서 자신의 신앙을 점검해보는 기간이다. 사도 요한에 의하면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은 죽은 나사로를 살리면서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예수님은 한 알의 밀알처럼 살라고 말씀하신다. 자신에 대한 말이면서 동시에 제자들을 향한 말씀이다.

한 알의 밀알 비유를 통한 가르침의 핵심은 '죽어야 산다'는 것이다. 밀알이 어둠의 땅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틔우는 과정을 예수님은 죽임의 과정으로 보셨다. 어둠은 고난, 고통을 상징한다. 자기죽임의 고난을 겪어야 새로운 존재로의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말씀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이기적 탐욕에 사로잡힌 '나'를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다 편하고 넓은 문으로 들어간다. 모든 고난은 주님께서 지셨으니 구원받은 나는 삼박자 축복만 받으면 된다는 가짜 신앙이 교회 안에 똬리를 틀고 있다. 나아가 육신적 욕망을 한껏 부추기고, 그것을 정당화시켜주고, 면죄부를 주고 있다.

사순절을 지내면서 우리가 깊이 성찰할 일은 주님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살아보는 것이다. 나의 아집과 욕망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꺾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인지를 체험하는 것이다. 묵상과 침묵, 그리고 관상기도를 통해 내면의 세계를 통찰하고 '내'가 누구인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내가 '아는 것'과 '믿는 것'이 정말 알고 믿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주님은 이러한 자기죽임과 새로 태어남의 과정을 겪는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와 좌정하신다. 그때 비로소 이웃이 진정한 형제자매로 보일 것이다. '나'를 죽이고 주님을 주인으로 모시어 들이는 영적인 체험을 하면서, 주위의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껴안고 따듯한 위로의 손길을 펼쳐보면 어떨까. 이것이 사순절을 지내는 기독교인들의 진정한 기쁨이요 행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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