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소년들의 진로찾기(하)

위기청소년들의 진로찾기(하)

[ 현장칼럼 ]

김형근 소장
2019년 03월 11일(월) 18:08
김형근 소장
전편에서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진로 및 직업훈련을 서두르는 경우 오히려 실패 경험을 반복시켜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쉼터에서는 작은 성취의 경험을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시행하고 있다. 여러 영역들이 있겠지만, 첫째는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신체활동영역이다. 연간 일정을 조정하여 지역축제와 연계된 단축마라톤(5km, 10km)에 참여하고 있다. 보통 10km 마라톤은 1시간 내외로 모두 결승선을 들어오고 완주한 모든 청소년들에게 완주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과 등산도 하고 있다. 지리산 종주도 1년에 한번 정도 진행하는 편이고 올해부터는 당일이나 1박 2일 코스로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다.

필자도 지난 2월에 2박3일간 청소년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고 왔다. 보통 청소년들은 방학이나 휴일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며 핸드폰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 이런 특별한 기회에 함께 걷거나 밥을 해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핸드폰과도 잠시 떨어져서 지내는 시간을 가진다.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거나 도보여행을 하기도 하는데, 올해는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계획하고 있다. 남자 쉼터여서 좀 더 신체적인 활동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검정고시나 대안학교의 여학생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취경험을 제공한다. 그동안 비행청소년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던 어른이 아닌 활동과정에서 만나는 어른들을 통해 받는 격려와 지지도 청소년들을 다시 힘이 나게 한다. 캠프 설계하면서 신체적으로 약한 청소년들이 있을 수 있기에 연습 훈련을 하면서 정확히 살피고 무리가 되는 구간이 있다면 일정을 조정해 모두가 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세밀한 관리도 꼭 필요하다. 누구하나 낙오되지 않고 함께 도우면서 모두 성취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신체적인 활동 영역은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고 다음으로는 학습 영역이다. 학교를 그만 두었거나 학업결손이 심한 경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검정고시 고졸시험 합격만으로도 충분히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 고등학교졸업 검정고시는 고1 성취수준에서는 합격할 수 있는 시험으로 진로 탐색에 앞서서 가장 우선적으로 합격해야 한다. 과목 과락이 없기 때문에 기초학력이 부족해도 암기과목에서 점수를 올려서 통과를 할 수 있는데, 희망하는 진로를 위해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학습영역에서도 지속적인 성취를 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가야 한다. 중2때 학교폭력으로 학교를 나와 영어기초가 전혀 없었던 18세 OO군의 경우 중학교 기초영단어집 단어와 예제문장을 통째로 암기하도록 반복했다. 단어장을 마칠 때 즈음에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점점 배움의 영역을 확장하여 검정고시 시험을 통과하고 본인의 희망 진로에 맞춰 수능을 보고 대학에 진학했다. 꼭 단어장이 아니라 어떤 친구는 목공활동으로 또 어떤 친구는 춤을 통해서 성취와 몰입의 과정을 설계할 수 있었다. 지도하시는 부모나 선생님의 경우 세밀하게 살피며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함께 결정하고 시작하기 바란다. 또한 부모나 선생님께서 그 성취의 과정을 되도록 함께 경험하거나 곁에서 지켜보며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회복했다면 이제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고 본다. 그 다음으로 관심있는 직업 현장에 있는 전문 직업인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다. 멘토가 가장 중요하다. 해당 직업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해하며 현장에 나가 직접 경험하는 인턴십을 하다 보면 명확한 진로 목표를 세울 수 있고 멘토를 통해 자신의 현 상황 속에서 비전을 품고 좀 더 버틸 수 있는 동기가 강화된다. 성취와 몰입의 경험을 한 다양한 영역과 관련해서도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면 청소년들에게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평생 직업을 찾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뜻을 세우고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스스로(自) 설 수(立)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적성에 맞는지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깨달아 알게 되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그 긴 여정에 놓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격려와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어른으로 곁을 지킬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주위에 있는 청소년이 내미는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좋은 멘토가 되어 주시기를 응원한다.

김형근 소장/군포하나로남자중장기청소년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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