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과 평화통일

3.1운동과 평화통일

[ 시론 ]

금주섭 교수
2019년 03월 05일(화) 09:40
우리는 지난 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민족의 독립과 평화를 염원하는 3.1정신을 기억하고 이 숭고한 얼을 실천한 선구자들을 기념하는 축제의 시간을 가졌다. 3.1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봉건과 제국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민주와 자주 그리고 평등의 새로운 나라 대한한민국의 비전과 정체를 제시한 것에 있다. 이에 기초하여 비록 임시 망명정부지만 민(民)이 주체가 된 첫 민주공화국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독교 신앙이 그 기틀을 마련하고 기독교 지도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한 것에 대한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오늘의 한국교회를 반성하는 뜻깊은 행사들이 있었다.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약속하는 따뜻한 봄소식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러나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도출에 실패하였다는 참으로 황망한 소식이 들려왔다. 하나님은 왜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 주시지 않는 걸까?

북미회담 직전 서울에 온 미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하나같이 영변핵시설의 폐기와 부분적 제재완화의 스몰딜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미국은 영변외에 두 곳의 핵시설을 추가 폐기하기 전에는 그 어떤 제재완화도 불가능하다는 강경입장으로 선회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감시하에 영변의 핵시설을 항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는 지금까지의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진전된 제안이었다. 그러나 북미는 서로가 이미 합의한 초안을 넘어서는 추가적 요구를 했다고 협상결렬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미국의 국내 정치적 압박 때문에 합의가 불가능 했다, 일본의 개입으로 판이 깨졌다는 등 여러 가지 사후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부분적 제재완화로 인해 어렵사리 구축한 유엔을 통한 전면적 제재의 틀이 깨어질까 두려웠을 것이다. 북한입장에서는 제재를 푸는 대가로 완전비핵화를 요구하는 빅딜을 너무 값싼 거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재해제, 국교수립, 평화협정, 경제지원까지 가야 완전 비핵화를 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거저 먹으려 든다고 보았을 것이다. 이번 협상 결렬로 미국은 비핵화로 가는 중요한 기회를 놓쳤고 북한은 계속되는 경제적 고통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국이 이렇게 북미에 제안하면 어떨까? 현 상황에서 완전한 제재해제와 완전한 비핵화는 먼 여정이 될 것이다. 그러니 서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합의하는 단계적인 스몰딜을 유지하는 선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미국은 제재를 유지하되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남북간의 경제교류를 UN제재에서 예외로 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방문을 실천하여 대내외에 비핵화와 평화의지를 보이는 것도 제재완화에 우호적인 국제적 여론을 조성할 것이다.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칠흙같이 암울한 식민지 상황에서 새로운 문명, 새로운 나라 나아가 평화의 새 세상을 꿈꾸는 상상력을 발휘하였다. "아 새로운 시대가 오는구나, 힘으로 억누르던 시대가 가고 인도와 정의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오는구나". 그것은 이사야와 계시록의 새하늘과 새땅의 현존을 선포하는 종말론적 희망이자 메시아적 비전이었다. 3.1운동 100주년의 참된 기념은 오늘 우리가 이 시대를 분별하고 하나님의 비전을 선포하는 것이다. 평화롭고 통일된 한반도가 바로 3.1정신의 완성이자 우리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뜻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눅2:14) 우리 민족의 막힌 담을 허무시고 (엡2:14)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 가운데 우리를 반드시 하나로 (겔37:7) 만들어 주실 것이라는 일치와 평화의 에큐메니칼 제자도를 이 땅 한반도에서 살아내는 삶 그것이 바로 오늘의 3.1운동이다.

금주섭

장신대 특임교수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