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도전, 차별화로 맞서자

AI의 도전, 차별화로 맞서자

높은 수준의 작문 가능해져, 설교자도 대체 위협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9년 02월 22일(금) 16:51
최근 새로운 글짓기 인공지능 GPT-2를 선보인 오픈AI의 홈페이지(openai.com).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단계를 넘어 창작활동에 이용되면서, 인공지능의 적용범위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미국의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관 오픈AI는 새로운 글짓기 도구 지피티투(GPT-2)의 놀라운 성능을 공개했다.

지피티투는 작업자가 특정 문장을 제시하면, 글의 주제, 문맥 등을 파악해 문장을 생성해낸다.

오픈AI가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예를 보면 사람이 '재활용은 지구에 좋아' '아니, 넌 틀렸어'라는 두 문장을 제시하자, 지피티투는 '재활용은 지구에 좋지 않다. …재활용은 막대한 시간, 에너지, 돈, 자원의 낭비를 가져온다. 가장 좋은 예가 종이를 만드는 절차를 살펴보는 것인데, 원재료가 종이가 되어 포장되고 운반되고 사용되기까지 각 단계마다 처리 곤란할 만큼 엄청난 쓰레기가 발생한다. 효율적인 재활용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우리는 종이를 만드는 공정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라는 1800자 분량의 글을 만들어냈다.

오픈AI에 따르면 지피티투는 800만 웹페이지에 담긴 15억 개의 표현을 학습해, 주어진 문장의 주제와 맥락을 유지하며 개성까지 담긴 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이 기술이 글쓰기는 물론, 대화, 번역, 음성인식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짜 뉴스, 스팸, 피싱 콘텐츠 생산에 오용될 것을 우려해 공개는 미뤄놓은 상태다.

본보는 지난해 연중기획 '인공지능 시대를 읽다'에서 설교 부분을 다루며, 하나님의 계시인 설교가 영적 자각이나 책임을 갖지 않는 컴퓨터를 통해 이뤄질 수 없음을 강조했다. 죄인임을 자각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설교자가 아니면 생명의 말씀을 전할 수 없으며, 하나님의 임재와 도움을 입을 수 없는 기계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인공지능의 장점도 있다. 인공지능은 설교자들이 최적의 설교문과 다양한 설교 자료를 쉽고 간편하게 접근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따라서 설교자가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다면 보다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독자반응비평'이라는 해석학을 토대로 설교와 청중의 성향, 나이, 학력, 생활환경 등의 연관성을 강조해 온 오덕호 목사(서울산정현교회)는 "컴퓨터에 청중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컴퓨터는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설교자보다 더 설득력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견했다. 그러나 "설교자의 신앙관과 청중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배려 없이 단순히 주제에 따라 조합된 원고를 사용하는 것은 표절이나 마찬가지"라며, 인공지능이 조력자의 단계를 넘어설 수 없음을 분명히했다. 또한 '전달 방식'도 설교의 중요한 요소임을 밝히며, 설교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SNS를 소통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진영훈 목사(삼일교회)는 "목회자의 도덕성, 인격 등이 사회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설교자의 등장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러 인간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반면 자신의 설교나 말에 책임지지 못하는 결정적 한계가 있음도 언급했다.

이 외에도 목회자들은 인공지능의 도전이 '목회자 스스로 기계와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는 영성, 소통, 공감, 자각 등에 대한 보다 깊은 체험이 기계와 목회자를 구분하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이 상당부분의 노동력을 대체한 세상에선 인간의 일탈이 지금보다 더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교계는 한동안 설교와 논문 표절로 몸살을 겪었다. 더욱 현명해질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기에 앞서, 향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한 연구와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목회자 역시 첨단기술 활용력을 높이는 동시에 영성과 도덕성을 강화하는 일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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