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속으로 들어가자

불안정 속으로 들어가자

[ 목양칼럼 ] 홍융희 목사4

홍융희 목사
2019년 03월 01일(금) 09:14
유명한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 찰리 브라운은 활쏘기 연습을 할 때 먼저 화살을 쏜 뒤에 화살이 맞은 벽에 과녁을 그려넣고는 명중했다고 좋아하는, 조금은 엉뚱한 소년이다. 그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화살이 빗나가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화살이 빗나가는 일은 없겠지만 그의 활쏘기 실력은 전혀 발전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먼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실력도 늘고 발전한다.

매년 연초가 되면 교회마다 한 해의 표어를 정한다. 그런데 그 표어가 정말 한 해 동안 최선을 다해서 달려갈 구체적인 목표가 되고 있을까? 그리고 그 표어를 이루기 위해서 교회는 이전과 다른 계획을 세우며,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의외로 많은 교회들이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피상적 표어를 정한 후 변화 없이 한 해를 보내곤 한다. 표어에 많이 쓰이는 '행복이 가득한', '예수님을 닮아가는' 등의 표현은 교인들이 표어의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모두가 소망하는 교회의 모습이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한해 동안 어떤 사역과 사명을 감당해야 할지는 모호하다. 연말이 돼도 그 목표대로 달려왔는지 결과를 확인하거나 측정할 수도 없다. 결국 표어는 있지만 단순한 구호에 머물기 쉽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경우 목표 정할 때 가급적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다음세대에 초점을 맞춰 '다음 세대를 부지런히 양육하는 교회'로 정했다. 그리고 이 표어대로 변화되고자 8주에 걸친 주일예배 설교를 준비했으며, 교사와 부모의 기독교 교육 소양을 기르기 위해 전공교수가 인도하는 7주 과정의 양육훈련학교도 개설했다. 또한 각 선교회와 교육부서를 일대 일로 연결해 보다 효율적인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도록 하는 '사랑의 울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가정예배를 살리기 위해 매주 예배 순서지를 배포하고 있으며, 예배 후 가족의 사진을 찍어 교회 홈페이지에 올리면 주일 광고시간에 소개하고 한 달에 한번은 추첨을 통해 가족식사권을 주는 등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표어는 목회자와 교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다음세대 지원을 확대하려면 다른 부서의 지원을 줄여야 하고, 성과에 대한 부담도 갖게 된다. 확실히 무난한 표어보다는 불안정한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우리교회는 올해 불안정한 길을 걷기로 했다. 안정은 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믿는다. 조금 불안하더라도 구체적인 목표를 통해 교인들이 스스로의 사명을 찾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융희 목사 / 성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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