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기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기

[ 목양칼럼 ] 홍융희 목사3

홍융희 목사
2019년 02월 22일(금) 08:20
친분이 있는 선교사 한 분이 잠시 귀국해 부산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선교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꽤 좋아 보이는 중형차를 타고 내려왔다. 의아해하는 필자에게 선교사님은 이런 간증을 해주셨다. 파송교회에서 선교보고를 마치고 교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에 부산에 갈 예정이라는 얘기가 나왔단다. 그러자 한 집사님이 본인 집에 오랫동안 안 타고 세워둔 차가 있으니 그 차를 사용하라고 했고, 몇 번을 사양했지만 선교사님은 결국 감사히 그 차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차를 받고 보니 정말로 너무 오래된 차였고, 선교사님은 차를 정비소로 가져갔다. 정비소 주인도 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차가 너무 낡아서 고속도로를 타기엔 위험하다는 소견이었다.

그러면 선교사님 가족이 타고 온 이 차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난감한 상황에서 정비소 주인이 놀라운 말을 했다고 한다. "선교사님, 저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고 집사입니다. 선교사님 말씀을 들어보니 참 딱한 상황이네요. 그럼 제 차를 타고 가시죠." 그러면서 자신의 차 열쇠를 내밀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비소 주인의 차를 타고 부산에 왔다는 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같은 교회 교역자도 아니고, 아는 선교사님도 아닌데 자신의 차를 선뜻 내주다니 말이다. 참으로 귀한 믿음이 아닐 수 없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엔 자기 차를 내어준 정비소 주인의 믿음에 놀랐지만, 필자는 그보다 더 대단한 믿음이 있음을 알게 됐다. 바로 자기의 오래된 차를 선교사님께 내어드린 집사님의 믿음이다. 비록 오래된 차지만, 그걸 탈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일단 그것을 내어드린 믿음이 있었기에 이 모든 일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보잘 것 없지만 하나님 일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교인의 마음이 정비소 주인의 헌신까지 이끌어낸 원동력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평소 안 될 것 같은 말이나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일로 상대를 타박하기를 좋아한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말하느냐고, 그런 방법으로 대체 일이 되겠냐고 말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많은 일들이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제안에서 시작된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거기서 위대한 일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 일을 묵상하면서 스스로 많은 후회와 회개를 했다. 그동안 주변에서 하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참 많이 판단하고 무시했던 일들이 떠올라서다. 왜 저런 소리를 하나,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이야기를 하나 싶었던 많은 상황들이 생각났다. 그 말들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분들과 함께 그 생각을 잘 키워나갔다면 얼마나 많은 하나님의 일들이 이뤄졌을까? 항상 작은 소리에 귀기울이는 목회자가 되어야겠다.

홍융희 목사 / 성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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