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문명을 사는 베이비 붐 세대

세 문명을 사는 베이비 붐 세대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9년 02월 15일(금) 10:00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에 '제3의 물결'을 출간하고, 인류 문명의 발달과 현대 정보사회를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제1과 제2의 물결인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은 제3의 물결, 곧 정보혁명으로 후기 산업화 사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은 수렵 채취 문명을 농경문명으로 바꾸어 놓았다. 본격적으로 문명시대로 돌입하는 혁명적인 변화이다.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을 통해서 사회는 고도로 산업화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로 바뀌었다. 1950년대 후반에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변혁이 시작되었다. 산업사회의 표준화와 중앙집중화를 벗어나서, 탈대량화 다양화 지식기반 생산이 이루어졌다. 자동화되면서 산업환경이 변화하고 정보혁명을 통해서 사회도 변화한다. 제3의 물결이 밀려온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정보화가 고도로 진행되자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토플러의 주장을 발전시킨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도 산업혁명을 지나서 정보혁명을 겪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터전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부터 산업혁명이 성숙화되었다. 1996년까지 모두 7차에 걸쳐서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계획이 시행되었다. 1977년에 시작된 4차에서 경제사회개발로 수정되었고, 1982년에 시작된 5차부터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한국사회도 매우 빠르게 바뀌었다. 시기별로 산업화세대, 베이비붐세대, 86세대, X세대, 밀레니엄세대, Z세대로 세대를 구분하기도 한다. 그 중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이어지는 세대가 베이비 부머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이후부터 출산억제 정책이 본격화된 1963년까지 9년 동안 태어난 이들이다. 미국은 1946~1964년간, 일본은 1947~1949년생이 베이비붐 세대이다. 보통 3.0명 이상의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세대를 뜻한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가장 연령대가 높은 전후세대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56∼64세가 되었다. 이들은 직장과 사회에서 산업화와 정보화를 향한 역할을 마무리하고 은퇴하기 시작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711만 여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14.3%를 차지한다. 베이비붐 세대를 확장해서 보기도 한다. 1957년에 시작해서 1971년까지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정점은 1960년의 109만 9294명이다. 1974년 생까지는 출산율도 높고 출생아 수가 많았다. 1955년부터 1974년까지로 넓힐 경우 베이비붐 세대는 1641만 여 명으로 늘어난다. 전체 인구의 33%나 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로 '낀 세대'라 부르기도 한다. 인구쇼크가 덮치는 대한민국에서 이들은 최초의 '부포족 세대', 곧 '자식에서 부양받는 것을 포기한 세대'가 될 것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수명연장 등으로 낀 세대의 고민은 깊기만 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 세대에 세 문명을 모두 경험했다. 대부분은 농경사회를 배경으로 태어나서, 성숙화하는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보혁명을 체험했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노년을 보내게 된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시대를 가장 앞서서 달려온 셈이다. 이들은 교회사적으로는 전후의 폭발적인 교회성장을 현장에서 경험한 세대이다. 이들이 한국교회에서 주요지도력으로 등장하면서, 교회성장 이후 교세감소시대를 고민하고 있다.

장석주 시인은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이란 산문집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이렇게 묘사했다. "불운과 행운을 함께 가졌던 세대, 쓸쓸하고 찬란하다." 한 세대가 세 문명를 넘어서 새로운 문명을 동시에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베이비 붐 세대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지혜를 모아서 교세성장 이후 교세감소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변창배 목사/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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