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사랑' 실천한 2.8독립선언…그 정신 계승을

'원수 사랑' 실천한 2.8독립선언…그 정신 계승을

[ 2.8독립선언 100주년-도쿄 르포 ] 2.8독립선언100주년기념식, 도쿄 한복판에서 그날의 함성 재현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9년 02월 08일(금) 21:27
8일 도쿄 재일본한국YMCA에서 열린 2.8독립선언100주년기념식.



【 일본 도쿄=이수진 기자】 민족의 앞날이 풍전등화로 위태롭고 암흑이던 시절인 1919년 2월 8일, 조선의 청년들은 적국의 수도인 도쿄(東京)에서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만천하에 선언했다. 당시 일본의 유학생들이었던 그들은 동경조선기독교청년회(현 재일본한국YMCA)에 모여 조국의 자주독립을 선언했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히비야공원을 누비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 청년들의 피끓는 절규가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8일 100년전 같은 장소인 재일본한국YMCA 강당에는 90세 고령의 국가유공자에서부터 중고등학생들까지 300여 명이 모여 민족의 가슴에 뜨겁게 살아 숨쉬는 '나라 사랑'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2.8독립선언100주년기념식은 지역과 이념을 넘어 애국으로 한마음이 됐던 2.8독립선언에 나타난 민족정신을 기리는 한편, 민족통일을 대비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재정립 및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역사적인 출발점이 되길 기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 비행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열려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청길 재일본한국YMCA 이사장은 개식사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유학생들이 재일본한국YMCA에 모여 대한민국의 독립선언과 주권회복을 외쳤던 2.8독립선언은 일본제국은 물론 세계만방에 정의와 평화의 메시지를 심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재일본한국YMCA는 2.8독립선언의 유산과 정신을 적극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민족독립운동의 본산으로서 역할과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1906년 일본에서 발족한 조선기독교청년회(YMCA)는 당시 조선유학생들의 사랑방으로 '조선유학생학우회'와 함께 독립의식을 고취하면서 결속을 다졌었다.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 김종현 목사는 "재일동포사회가 이땅을 새롭게 하는 평화의 일꾼이 되도록 해달라"고 기도했으며, "남과 북, 이념과 종교·지역, 당리당략을 떠나 우리의 마음이 하나되어 선조들이 젊음과 평생을 바쳐 독립을 꿈꾼 것처럼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 주신 통일의 기회를 함께 기도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구했다.

치사를 맡은 3.1운동및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한완상 위원장은 비폭력 평화운동인 우리나라의 2.8독립선언과 3.1운동이 유혈투쟁인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과 다른 이유를 '신앙'을 근거로 들어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2.8독립선언은 폭력으로 해방을 이루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피를 바쳐서라도 조선의 해방,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몸부림이었다"면서, "그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C'"라고 말하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은 원수들이 너희를 죽이려 할 때 원수가 쓰는 폭력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로 원수 속에 있는 구조적인 악을 무력화하고 해체하라는 명령"이라면서, "이 명령을 100년 전 이 자리에서 그 젊은이들이 실천한 것처럼, 이 명령을 다시 실천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임원단을 비롯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CBS 이사 손달익 목사 등 한국교계 대표 20여 명도 참석했다.

총회장 림형석 목사는 "100년 전 동경유학생들이 기독교청년회관에 모여 성경을 배우며 신앙과 애국정신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 장소에서 2.8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면서, "그후 김마리아 청년을 비롯한 유학생들은 귀국하여 3.1운동 등 독립운동에 헌신하였고, 2.8선언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림 총회장은 "한국교회 교단장의 한 사람으로서 2.8운동과 3.1운동의 주역들의 상당수가 기독청년들이었다는 것이 감사하고, 그들 신앙의 선배들이 자랑스럽다"면서, "100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나라는 세계의 열강에 둘러쌓여 민족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조들의 신앙과 애국정신을 본받고 이어가자"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날 2.8독립선언100주년기념식은 동경한국학교합창단의 '2.8독립선언의 노래', 국민의례, 추모묵념, 김인복 서울YWCA이사장의 성경봉독, 김종현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의 기도, 박순규 재일한국유학생연합회 회장의 '2.8독립선언서 낭독',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기념사, 한완상 3.1운동및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의 치사 등에 이어 표용은 서울YMCA 명예이사장의 축도, 참석자들의 만세삼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2.8독립선언 100주년-도쿄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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