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의 과제

3.1 운동 1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의 과제

[ 논설위원칼럼 ]

정종훈 교수
2019년 02월 11일(월) 10:00
3.1운동 당시 개신교 인구는 전체 인구 1600만 명 가운데 23만4000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1.5%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19년 5월 조선총독부의 통계를 보면, 3.1운동으로 수감된 전체 9059명 가운데 개신교인이 2036 명으로 22.5%를 차지했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는 52.9%를, 여성 가운데서는 무려 65.6%를 차지했다. 3.1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명 가운데 개신교인은 300만 명 이상의 신도가 있었던 천도교의 민족대표보다 오히려 1명이 많은 16명이었다. 그만큼 개신교인들은 백척간두에 있던 민족의 문제에 적극 참여했고, 개신교 여성들은 공공의 영역에서 선도적으로 활약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3.1운동 당시의 한국교회와 개신교인들은 말 그대로 세상에서 소금과 빛으로 기여했다.

2015년에 발표된 가장 최근의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개신교는 전체 인구 5000여만 명 가운데 19.7%인 967만 명으로 최대종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경우 개신교인 비율은 50%를 훨씬 상회한다. 그러나 개신교에 대한 종교로서의 신뢰도는 가톨릭(39.8%)이나 불교(32.8%)에 비하면 바닥(10.2%)이다.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 역시 신부(51.3%)나 스님(38.7%)과 비교할 때 목사(17%)가 제일 낮다.

개신교가 왜 이리 되었을까? 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하고, 교회 내에서 성 스캔들이나 성폭력이 드러나며, 학력 위조나 갑질, 횡령 등의 불법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교회와 개신교인들의 도덕수준이 일반인보다 우월하기는커녕 상식 이하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런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비난하며 질타한다.

한편 세상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소수자들의 보편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국회인준을 추진하는데, 한국교회는 동성애를 운운하며 극심히 반대하고 있다. 내전을 피해 난민신청을 했던 예멘인들을 환대하기는커녕 자국민을 보호하라며 목소리 높여 반대했던 것도 개신교인들이다. 분단 직후 월남한 서북청년단이 반공의 논리 아래 무차별 테러와 살인을 자행했지만 회개는커녕 극우반공의 태극기 집회를 여전히 주도하고 있는 것 역시 한국교회이다. 국가안보의 미명 아래 미국에 대해 보이는 한국교회와 개신교인들의 무조건적인 신뢰는 하나님에 대한 절대 신앙을 무색하게 할 지경이다. 이처럼 인권, 환대, 화해, 사랑, 희생 등 기독교 고유의 덕목을 외면하는 한국교회를 세상이 질타하는 것은 매우 당연해 보인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당시 한국교회의 순수함과 열정, 헌신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예수 믿고 천당에 가는 것으로 축소될 수 없다. 예수의 삶을 따르는 작은 예수가 되어야 한다. 길과 진리이신 예수처럼 진리와 옳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예라 하고, 거짓과 그른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아니오' 할 수 있는 예언자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섬김을 받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서 왔다는 예수처럼 사회적인 약자와 주변부의 사람들을 기꺼이 섬기는 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를 살리려고 십자가의 제물이 되신 예수처럼 모든 적대관계를 원수사랑으로 해소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제사장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 한국교회가 예수를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제대로 도전한다면, 한국교회와 개신교인들은 3.1운동 당시 못지않은 소금과 빛이 되어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종훈 교수/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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